"기저귀 차고 시험보러 가요"…영어 유치원에 등장한 '4세 고시'

2025-02-23

“어릴수록 빨리 배운다” “국제 감각을 길러야 한다”

모국어가 겨우 발달하는 시기인 3살, 4살 아이들이 유명한 영어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 학원과 영어 과외를 하며 ‘4세 고시’라는 말까지 나왔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교육을 시작하는 아이들의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입시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일부 영어학원에서는 7세 반 교재로 미국 초등학교 3∼4학년 교과서를 사용하기도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영어유치원은 615곳이었으나 2023년 842곳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일반 유치원은 8837곳에서 8441곳으로 줄었다.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3~4세부터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보내기 때문에 영어 사교육 나이대가 더 내려가고 있는데 맘카페 등에선 미국 초등학교 학년별 문제집인 '스펙트럼 테스트 프랙티스'를 대치동 '빅3' 영어학원 레벨테스트 대비용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코미디언 이수지 씨가 최근 대치동 엄마를 패러디한 '제이미맘' 영상은 공개 약 2주 만에 조회수가 580만회를 넘어섰다. 동의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영유아 사교육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상위권 초등학생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초등수학 학원의 예비 초3·4학년용 레벨테스트 문제는 중·고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장훈, 해동, 유미, 태곤, 현석의 성은 김, 이, 박, 정, 편 중의 하나이다. 다음 [조건]이 모두 거짓일 때, 다섯명의 이름에 맞는 성을 바르게 써라'는 문제는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 추론영역에서 나온 문제와 유사하다고 김상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 책임연구원은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6.0%다. 서울은 91.3%에 달했다. 하지만 영유아 사교육 관련해선 공식 통계조차 없다. 2017년에 국가 차원의 첫 유아 사교육 실태조사가 있었으나 시험조사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교육 전문가들은 과열되는 영유아·초등 사교육 시장을 우려하며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는 학업 부담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조기 이중언어 환경은 아이에게 학습 부담만 가중해 사회적·정서적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기 전에 과도한 자극을 줄 수 있다. 유아기에는 외국어 습득보다 또래와의 상호 작용으로 사회적 기술과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다. 지나친 학습과 언어 환경은 정서적 부담으로 원형탈모, 짜증·불안 증가, 학습 거부 등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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