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시화 AX 첫 실증]티엘비·SL미러텍이 보여준 AX의 현재… 제조 공정의 언어가 바뀌고 있다

2025-12-04

경기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의 인공지능전환(AX) 실증은 현장의 기업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변화로 드러나고 있다. 수십년간 고착된 공정을 유지하면서도 품질 편차를 줄이기 어려웠던 문제를 데이터·AI·로봇을 결합해 다시 짜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기업들은 AX 실증 사업을 통해 공정을 다시 들여다보며 생산 흐름의 약한 고리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메모리 반도체 모듈 제조사 티엘비(TLB)는 검사라인의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짰다. 티엘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에 서버용 메모리 모듈을 공급하는 생산기업으로, 공정 안정성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100대가 넘는 장비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출력해 검사 공정의 편차 원인을 추적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구형 장비는 데이터 추출이 되지 않아 공정 간 비교도 쉽지 않았다. 회사는 실증단지 지원을 통해 이미지 기반 검사에 딥러닝을 도입하고 결과값이 흔들리는 조건을 수학적 모델로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검출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공정 내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던 스크래치도 줄었다.

물류 이동은 자율이동로봇(AMR)로 일부 대체해 인력 부담을 줄였고, 공정 전반의 원가 구조도 조금씩 손질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데이터를 모으는 일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왜 발생하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비로소 쓸모가 생긴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용 미러를 생산하는 SL미러텍(SL Mirrortech)은 공정의 세밀한 변수를 관리하기 위해 자동화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고 있다. SL미러텍은 현대차·기아·GM·스텔란티스 등에 사이드미러·룸미러·디지털사이드미러를 공급하는 부품사로, 복잡한 사출·도금·조립 공정이 특징인 업체다.

사출·도금·검사·조립이 이어지는 라인에 협동로봇과 AMR을 배치해 반복작업을 맡기고, 작업자는 모니터링과 공정 개선에 집중하는 구조로 전환했다. 하루 2만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작은 품질 편차를 데이터로 추적해 결함률을 크게 줄였고, 일부 공정은 네명이 수행하던 작업은 두명 체제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회사는 2026년까지 자동화를 고도화한 뒤 2027년부터는 설비 상태를 스스로 판단하는 예지보전 체계를 갖춘 지능형 라인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두 기업의 변화는 AX 실증을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공정 흐름을 데이터로 설명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자동화·진단기술을 어디에 적용해야 효과가 나는지 판단하는 과정이 현장에서 하나씩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장비 연식이 제각각인 기업들은 전처리나 표준화 같은 기본 작업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AX 실증을 통해 공정 해석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를 가진 중소·영세업체들도 AX를 일정 수준까지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업별로 따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이 실증 단지 단위 실험을 통해 순차적으로 정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AX 실증을 시작한 반월·시화 산단은 앞으로도 공정 간 데이터 비교와 모델 테스트를 돕는 플랫폼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이 과정을 통해 생산 라인의 향후 설계 방향을 보다 명확히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한국산업단지공단 공동기획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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