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식으로 문학의 한 터전을 일궈내는 이들을 만나 왜 문학을 하는지 듣는다.

올해 노벨문학상 발표되던 지난 9일 저녁, 알마 출판사에는 전화가 쇄도했다. 알마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상자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책을 출판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안지미 대표는 급히 사무실로 출근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 세계를 묻는 인터뷰 전화부터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인쇄소에 연락하는 일까지 처리해야 했다.
지난 17일 전화로 만난 안 대표는 “다음날 첫 타임부터 인쇄가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 연휴 마지막 날 밤이지만, 인쇄소에 ‘죄송합니다’하면서 전화를 돌렸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에 경험이 있으셔서인지 제작자분들도 이해해 주셨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하루 한두 권 팔리던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책은 수상 직후 판매량이 급증해 온라인 서점에서 실시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알마 출판사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책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라스트 울프> <세계는 계속된다> <서왕모의 강림> 등 6개 작품을 냈다. 안 대표는 “수상 당일이 연휴였고 다음날은 금요일, 이후 주말이었다 보니 책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사탄탱고는 추가 인쇄하며 한 번에 5000부, 1만부씩 찍기도 했다”고 말했다. 책들을 부지런히 찍어냈지만, 22일 기준으로 <저항의 멜랑콜리>는 여전히 ‘예약판매’가 걸려 있다.
그의 책 7권이 국내 번역됐는데, 그중 알마 출판사에서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라스트 울프> <세계는 계속된다> <서왕모의 강림> 등 6개 작품을 냈다. 책들을 부지런히 찍어냈지만 22일 기준으로 <저항의 멜랑콜리>는 여전히 ‘예약판매’가 걸려 있었다. 안 대표는 “수상 당일이 연휴였고 다음날은 금요일, 이후 주말이었다 보니 책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사탄탱고는 추가 인쇄하며 한 번에 5000부, 1만부씩 찍기도 했다”고 말했다.
묵시록 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한강 작가보다 1년 앞서 2015년 맨부커상(현재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는 등 몇 년째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저명한 작가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 있지 않다 보니 작품을 넘어 작가 자체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다. 안 대표는 “책에 대해서는 궁금한 점을 잘 대답해 주시지만, 인터뷰는 잘 안하신다”며 “책 관련해서 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지금은 어느 도시에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여행을 많이 하시고 책 외에 대중 앞에 잘나서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영화로 먼저 그의 작품 세계를 접한 이들도 있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벨라 타르 감독의 영화 <사탄탱고>다. 연극과 영화를 좋아하던 안 대표도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로 <사탄탱고>를 먼저 접했다. 그는 “강렬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당시엔 원작 소설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2016년 출판사에서 문학 시리즈를 내면서 ‘사탄탱고’ 이름이 나왔고 꼭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알마 인코그니타’, 알마의 문학 시리즈다. 대형 출판사의 문학선이 즐비하던 상황에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지닌 작가들을 소개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첫 작품은 일본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연출가이기도 한 오카다 도시키의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이었다. 이 작품 역시 연극으로 처음 만났다. 이 책 역시 “거의 팔리지 않았다”며 웃었다. 작품에 대해서는 “현대 일본 젊은이의 삶을 무빙 카메라로 따라가면서 보는 느낌이다. 원테이크로 영화를 찍으면 화면이 흔들리는 느낌이 드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 그런 이미지가 그려진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집중하는 시리즈는 알마 희곡 시리즈 ‘GD’(Graphic Dionysus)다. 이중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바이 하트>는 그가 정말 아끼는 책이다. 안 대표는 “올해 낸 책 중에 이 책 하나만 꼭 읽어 달라고 하면 ‘바이 하트’다. 책도 얇다”고 추천했다. 알마에서는 저자의 다른 책 <소프루>도 2년 전 출간했다. 이 책은 “안 내면 병날 것 같아서” 냈다고 한다.
잘 팔리지 않아도 주관대로 책을 내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출판사에 100쇄 이상 판매한 베스트셀러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그는 “비록 돌아가셔서 신작은 없지만, 올리버 색스는 (출판사에) 아빠 같은 존재”라고 웃었다.
관심이 집중되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국내 차기작은 빠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초 나올 <헤르쉬트 07769>이다. 작가의 ‘묵시록 4부작’ 중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에 이어 <전쟁과 전쟁>도 들여올 준비 중이었으나 이번 수상으로 안갯속이다. 안 대표는 “이미 국내판 계약에 경쟁이 붙은 것 같다. 4부작을 완전하게 알마에서 내고 싶은 것은 사실이나, 너무 과도하게 경쟁해서 가져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이를 알마에서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확언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알마가 출판한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