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첫 기자회견서 '부동산 추가 규제' 가능성 시사
건설업계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먹거리 감소" 우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윤곽이 드러나면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지난달 시행된 6.27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 이어, 정부가 추가 압박 가능성을 공식 시사하면서 주택사업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강도 높은 추가 규제 가능성을 내비쳤다. 새 정부가 첫 부동산 정책으로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든 데 이어, 대통령까지 시장 개입 의지를 명확히 밝힌 셈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수도권·규제지역 내에서 취급하는 주택구입목적 주담대의 최대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수도권·규제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추가 주택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금지하는 내용의 규제 방안을 발표·시행한 바 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이 이뤄지지 않거나 대출 규제 효과가 제한적일 경우 추가적인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LTV 비율 추가 축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확대 적용 △정책모기지에 대한 규제 강화 △은행권 주담대에 대한 자본건전성 규제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비금융적 규제로는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에 한정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확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재적용되는 점도 고려될 수 있다.
◆고강도 규제 가능성에…대형사는 '긴장 고조' 중견사는 '타격 적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사실상 구체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영위하는 대형 건설사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출 규제 강화로 조합 등 사업 주체의 자금 부담이 가중되면, 사업 지연과 신규수주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대출 규제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단지들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이주계획 등 자금 조달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주비 문제로 이주 일정이 지연되면 사업 자체가 늦어질 수밖에 없고, 현재 주요지역 수주시 추가이주비로 LTV 100~150%를 제안하고 있는 건설사들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규제가 더 강화되면 향후 서울 도심 주택 공급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는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의 주택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의 86%에 달했고, GS건설 역시 73.9%에 이르는 등 다수 건설사의 실적 상당 부분이 주택사업에서 창출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규제 강화로 시행사나 조합 등 발주처의 사업성이 악화하면 사업 지연은 물론 극단적인 경우 사업 취소나 전면 재검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강남권 등 분양가가 높고 사업비 부담이 큰 사업장의 경우, 규제가 강화될수록 사업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업 지연이나 취소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시공사 입장에선 확보할 일감이 줄어드는 셈으로, 긴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로 실수요자의 관망세가 심화되며 부동산 거래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거래 위축으로 미분양이 늘어나면 이는 건설사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방 압력으로도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 랩장은 "규제로 자금조달 계획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이며, 상대적으로 분양가 높은 단지에서는 당첨을 포기하거나 계약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향후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악성 미분양 물량은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5월 주택통계'를 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2만7013가구로 전월대비 591가구(2.2%) 늘며 2013년 6월 이후 11년11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수도권 내 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4616가구, 서울은 692가구로 한 달 사이 2.0%, 7.1% 각각 상승했다.
다만,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사업을 영위하는 중견 건설사의 경우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은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위주로 대형사의 비중이 큰 시장"이라며 "중견사의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서울 과열 양상에 따른 지방 확산 효과가 줄거나, 부동산 시장 전반이 더 침체할 수 있다는 점은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아직 뚜렷한 대책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대책이 나오기까지 상황을 지켜본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추가 대책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건설업계 전반에선 관망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