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충실의무 확대에 재계 “경영판단 하나하나 리스크” 우려

2025-07-02

여야가 2일 기업 이사가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할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과 ‘3%룰’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 통과에 합의하자, 재계는 “경영 판단 하나하나가 법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재계가 가장 반발해 온 부분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 조항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을 견인해 오기도 했다. 실제로 한화, SK, 롯데지주, HS효성 등 대기업 지주사의 주가가 줄줄이 껑충 뛰었다. 재계로서는 달갑지 않은 주가 상승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대주주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공정한 자본시장을 형성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사의 경영 자율성이 위축되고, 투자나 M&A처럼 과감한 전략 수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기업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손실이 예상되는 신사업에 투자하거나 고평가된 회사를 선뜻 인수에 나설 수 없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개별 주주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이사회 안건마다 모든 주주의 이익을 동시에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경영진이 회사의 중장기 가치를 보고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책임회피성 의사 결정이 늘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여야가 합의한 3%룰도 재계는 우려스럽다. 주총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칙이다.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 중 1명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하고,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에게 3%룰을 적용한다. 강화된 3%룰은 감사위원회 위원의 선임·해임 방식을 사내 또는 사외이사 여부와 관계없이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방식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해외 투기자본이 본격적으로 국내 기업을 노릴 수 있다”며 “특히 천문학적 자본을 유치해야 하는 인공지능(AI)·바이오 산업 분야에서 이사회의 과감한 판단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외부 세력이 연합해 감사위원회에 진입할 경우 경영권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회사의 민감한 내부 정보가 유출될 우려도 있다”고 경고했다.

투기 자본이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한 사례도 언급된다. 2003~2005년 SK와 경영권 대결을 벌인 소버린 자산운용은 보유한 SK 주식 14.99%를 펀드 5개로 쪼개 2.99%씩의 의결권을 휘두르고 자기 사람을 감사위원에 앉혔다. 당시 SK 경영권은 흔들렸고, 소버린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고 철수하면서 ‘먹튀’ 논란이 일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시하고, 그 기능을 사내이사·집행임원으로부터 철저히 분리하도록 했다. 또 전자 주주총회도 도입된다. 이런 조항도 경영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재계는 상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주주에게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는 ‘포이즌필’, 1주만으로 주총 안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특정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앞서 미국과 일본, 프랑스는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을 모두 도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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