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PICK] 상법개정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앨 마지막 퍼즐

2025-07-02

산업을 움직이는 단어 하나, 그 안에 숨은 거대한 흐름을 짚습니다. ‘키워드픽’은 산업 현장에서 주목받는 핵심 용어를 중심으로, 그 정의와 배경, 기술 흐름, 기업 전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차분히 짚어봅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기술의 흐름 속에서, 키워드 하나에 집중해 그 안에 담긴 구조와 방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2025년 여름, 높은 기온만큼이나 대한민국 산업계가 뜨겁게 주목하고 있는 법안이 있다. 바로 상법개정안이다. 수년간 논의만 이어지던 이 법안은 최근 여야 간 국회 법사위 합의에 따라 본회의 통과가 가시화되며 재계와 산업 현장에서 그 파급력을 두고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 큰 변화의 파도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되는 상법개정안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예상되는 영향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상법개정안, 룰 자체를 바꾸는 개편의 신호탄

상법개정안은 대한민국 기업 환경 전반의 룰을 바꾸는 전면적인 개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핵심 조항인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이번 개정안의 상징이다. 기존에는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성실히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개정안은 그 대상을 ‘회사 및 모든 주주’로 확장함으로써 이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범위를 대폭 넓혔다. 이는 경영진이 특정 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하거나 편향된 내부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뜻한다.

여기에 △감사위원 3% 의결권 제한(3% 룰) △집중투표제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은 모두 소액주주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함과 동시에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들로 주목받는다. 결국 이번 상법개정안은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주주총회 운영 방식, 이사 선임 프로세스까지 전반에 걸쳐 지배구조 혁신을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상법개정안을 두고 존재하는 엇갈린 시선

상법개정안에 대한 산업계의 입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히 갈린다.

먼저 찬성 측은 이번 개정이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제고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명성과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한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이 오랫동안 안고 있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오너 리스크, 제한된 주주 권한 등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외국인 투자 유입을 가로막았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 발 더 가까워지는 조치로 기대받고 있다.

반면, 반대 측은 경영 자율성 위축과 법적 리스크의 과도한 확대를 우려한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모호하게 확대될 경우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조차 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혁신성과 속도감이 중요한 스타트업이나 기술벤처, 중견기업은 민첩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경영진의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화돼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법개정안, 산업계에는 어떠한 변화 몰고 올까?

상법개정안이 본격 시행될 경우 산업계는 단순한 제도 변화 이상의 구조적 대응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사회 운영 체계와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의 선임 방식이 바뀌고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의 추천 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이사회는 더 이상 오너나 경영진 중심으로만 구성되기 어렵게 된다. 이는 기업들이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함을 의미한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전자주총 시스템 도입, 독립 이사 채용, 내부 감사체계 정비 등 현실적인 인프라와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기존에 단순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던 상장 중견기업의 경우 제도 준수를 위해 경영 전략 및 조직 구조 자체를 수정해야 할 수 있다.

또 외국인 투자자 및 행동주의 펀드들의 실질적인 참여 기반이 마련되면서 기업들은 향후 IR 전략과 주주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전문화 및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 IT, 유통, 제조업 등 글로벌 자본의 유입이 중요한 산업군은 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오히려 시장 신뢰를 잃을 위험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법개정안이 ‘지금’ 필요한 이유

상법개정안이 지나치게 경영을 위축시키고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안긴다는 반대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이 한국 자본시장 전반의 체질을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변화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 핵심은 신뢰받는 주식시장과 건강한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현재 한국 증시는 상대적 저평가 상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시장의 평가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소액주주 배제, 비효율적인 이사회 운영 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었고 이는 결국 기업가치와 국가 시장 전체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져 왔다. 상법개정안은 바로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는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상법개정안을 통한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과 이사회의 감시 기능 강화, 전자주총을 통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참여확대 등은 한국 시장의 투명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조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경영진에게 낯선 변화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 신뢰 회복, 자본 유입 확대, 기업가치 재평가라는 긍정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까지 왜곡되어 있던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평가와 기업들에 대한 가치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상법개정안은 잠시 후가 아닌 바로 ‘지금’ 필요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