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Topic
임장도, 시세도 AI로?
부동산+AI 어디까지 가능할까
요즘 부동산 공부할 겸 진짜 집 보러 온 사람처럼 임장 체험을 하는 ‘임장크루’가 논란이다. 많게는 수십 명씩 우르르 몰려다니며 아파트 입지와 주변 환경 등을 둘러본다. 이들은 공인중개사 업무를 방해하고 집주인·세입자를 불편하게 하는 ‘민폐족’일까? 아니면 미래의 좋은 집을 구하기 위해 예비 소비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중인 걸까? 논란은 차치하고 임장크루까지 생기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부동산은 어렵다.
삶의 필수 조건인 의식주의 ‘주’와 자본을 축적하기 위한 ‘투자’ 기능이 혼재돼 있는 부동산 시장. 정책은 정권 따라 수시로 바뀌고, 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선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들이 오간다. 조금만 허술해지는 순간 ‘호갱’ 되기 십상이라는 인식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이쯤 되면 정확한 정보 습득 및 부동산 실전 공부를 위해 잠시 ‘임장 빌런’을 자처한 이들의 선택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그만큼 이 시장의 오랜 ‘페인 포인트’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여기 이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부동산 시장의 해묵은 페인포인트를 AI(인공지능)·VR(가상현실)·디지털트윈 등 각종 IT 기술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레거시로 점철된 부동산 시장에도 구체적인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는데, 과연 임장크루는 기술로 대체될 수 있을까. IT기술이 바꾸고 있는 부동산 시장, 현재와 미래를 뜯어봤다.
1. 임장빌런, 전세사기…시장의 암초들
임장크루, 민폐 or 권리?: 서울 용산구에서 23년째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김모(53)씨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과 한두 마디만 대화해보면 이들이 진짜 집을 찾고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부동산 공부차 정보를 캐러 온 사람인지 구분이 가능하다고 했다. “원하는 가격대나 입주일·대출 등 구체적 질문에 애매모호하게 둘러대며 매물부터 보여달라는 사람들은 100% 후자”라는 것. 온라인엔 유료로 판매 중인 ‘임장 원데이 클래스’들이 수두룩하다. 지난달 13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임장 클래스 운영 업체들에 “임장크루가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해 매수와 매도, 임차 등의 의도 없이 정보를 얻거나 경험을 쌓기 위해 임장을 다닌다. 공인중개사·임대인·임차인에게 부담을 주고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되고 있다”며 업무 협조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호갱’ 안 당하려 열심히 발품 팔고 공부하려는 노력이 잘못된 것이냐는 반론도 존재한다.
끝나지 않는 전세사기: 이 와중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구제 법안 통과도 지연되고 있다.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로 최종 결정된 건수는 2만4668건. 임대사업자의 사기 행위가 있는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보지 않게 한다는 내용이 담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 단계에서 계류 중이다. 탄핵 정국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탓에 언제 통과될지 미지수다. 전세사기 우려로 올해 11월까지 연립·다세대 주택의 전세 거래는 13.3%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