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 EU 농업계는…美 보호무역 ‘우려반’ 환경규제 완화 ‘기대반’

2025-01-05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이 취임한다. 향후 5년간의 항해에 나설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유럽 사회에서도 뜨거운 관심거리다. 이곳 농민들은 특히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과 환경 규제 반대 기조에 기대와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는 유럽 농식품에 대한 관세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과거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 유럽산 주류·치즈·올리브유 등 주요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유럽 농업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네덜란드의 주요 수출 품목인 유제품 또한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보호무역 카드를 다시 꺼내든 만큼 ABN 암로은행과 라보은행 등 네덜란드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네덜란드의 농업 전문 매체인 ‘니우베 오흐스트’ 역시 다수의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대다수는 관세에 따른 대미 수출 감소와 무역전쟁 발발을 걱정하는 내용이다. 몇몇 기사에선 트럼프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네덜란드를 포함해 유럽 전반의 준비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필자가 공부하는 대학교의 수업에서도 최근 트럼프의 당선과 관련한 주제가 나왔는데 교수진들은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의 행보가 유럽에 가장 큰 도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유럽 농민들 사이에선 기대감도 존재한다. 트럼프가 환경 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농민들은 2019년 대규모 트랙터 시위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정부의 환경 규제 움직임과 갈등을 빚고 있다. 환경 규제 정책들은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상당수 농민에겐 부담을 줘 규제 범위 밖의 생산자와 경쟁을 어렵게 한다. 농업계 싱크탱크로 불리는 민간 연구기관 ‘팜유럽’은 트럼프 체제 속에서 유럽 농산물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럽 국가들이 환경 규제들을 완화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필자의 학우 중 가정농을 승계하기 위해 공부하는 일부 친구들 역시 같은 이유로 트럼프의 당선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학생은 최근 네덜란드 정부의 환경 규제 정책들이 농장들의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트럼프의 반(反)환경 규제 정책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기후변화에 관한 트럼프의 극단적 발언엔 동의하기 어렵지만, 네덜란드 농민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반응은 한국시장에도 파급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시장으로 판로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유럽산 돼지고기·혼합분유 등 축산품의 주요 수입국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유럽이 아시아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함께 다양한 품목을 들이민다면, 한국 내수시장에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다. 앞으로 유럽과 미국, 두 거대 경제권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천민조 네덜란드 AERES 응용과학대학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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