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이슈 불러일으킨 ‘미투 시’ 수록된 문학잡지

2024-07-04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와 등단소감

우리 책방에 들어 온 책을 정리를 하다보면 제일 어정쩡한 분야 가운데 하나가 과월호 문학잡지류다. 물론 어쩌다 ‘난쏘공’이나 ‘순이삼촌’ 같이 많은 이들의 사랑은 받는 작품이 수록된 ‘묵은지’ 잡지라도 들어오면 감사한 일이지만 대부분 언제 제 주인을 만날 지 기약할 수 없는 놈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문학잡지의 홍수 속에선 ‘신삥’ 문학잡지에 관심은 더욱 옅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낱권 잡지에 대해 아주 무관심한 건 아니다. 언제나 들어오나 하며 기다려지는 놈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몇 해 전 커다란 사회 이슈화까지 된 미투(Me too) 시(詩)가 수록된 한 계간 문학잡지였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니 문학잡지로서는 드문 재판을 찍기도 했지만 어쩐 일인지 우리 서점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다 3년 전에서야 가까스로 만날 수 있었는데 그간 이런저런 이유로 소개를 못했었다. 워낙 민감한 이슈인지라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섣부른 언급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제일 큰 이유였지만, 그것보단 그 시를 쓰기 바로 전에 있었던 ‘공짜 호텔 객실 요구’ 논란으로 내게 생긴 시인에 대한 약간의 선입견이 장애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입수된 그 찜찜함을 훌훌 털어줄 수 있는 그 시인의 시집 속 시 한편을 읽고 드디어 이 잡지에 대해 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아마도 다들 눈치 채셨으리라. 바로 그 책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새얼문화재단)로,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로 대표되는 시인 최영미(1961~)의 문단 대표 원로시인을 저격하는 ‘괴물’이라는 시가 수록되어 더욱 유명해진 잡지이다. 시인은 이 시에서 문단 초년생인 자신에게 충고했다는 K시인도, 선생에게 ‘주물럭’을 당했던 그 유부녀 편집자도,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이 똥물이지 뭐니’하며 선생의 뒷담화를 함께 했던 소설가 박 선생도 모두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고 한탄하면서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처음 접했을 때 이 시에 공감은 하면서도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집으로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는 조용하다가 왜 이제야 폭로하는가 하는 의문점은 앞서 언급한 ‘공짜 객실’ 논란과 함께 대중의 인기를 잃은 한때 유명했던 시인의 ‘관종’끼는 아닌지 시인의 진짜 의도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 입수된 시인의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이미출판사 2019)에 수록된 ‘등단소감’(1993)이라는 시에서 문인이면 누구나 오매불망 원하는 등단을 하면서도 ‘술만 들면 개가 되는 인간들 앞에서 / 밥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 / 고, 고급 거시기라도 되었단 말인가’라며 슬퍼했던 시인의 절규를 보고 그간 시인의 진정성을 잠시나마 의심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시인의 시 속에 표현돼 있는 그 시절의 그런 불유쾌했던 분위기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도 대부분 공감하시리라 생각하지만, 그간 일부 개선됐다 하더라도 30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데 절망감을 느끼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는 데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이 정말 멀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생각해야 할 게 너무나 많은 오늘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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