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녀 중 당신이 가장 못생겼어"…하루키가 이런 말 쓴 의도

2024-07-05

"살면서 모든 종류의 여자들과 데이트를 해봤는데, 당신처럼 못생긴 여자는 처음 보는 군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새 단편소설 『카호(Kaho)』의 첫 문장이다. 무라카미는 이 소설을 미국 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에 영어 번역본으로 발표했다. 소설의 제목은 이 무례한 말을 듣는 여성의 이름이다. 뉴요커는 최신호에 이 소설 전문과 무라카미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카호는 소설에 따르면 실제론 못생겼다기 보다 평범한 편에 속한다. 그의 소개팅 상대인 남자는 그 말을 모든 소개팅에서 한다고 고백한다. 악취미다. 왜일까. 사하라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무례한 모욕을 들을 때 여성들의 반응을 본다"고 말한다. 이런 설정을 한 이유에 대해 무라카미는 뉴요커에 "이 소설은 관객에게 낭독을 하기 위해 썼다"며 "관객이 첫 문장을 듣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썼다"고 말했다.

무라카미는 이어 "꽤 번듯한 남자가 첫 만남에서 식사를 잘 마치고 대화를 잘 나눈 뒤 하는 말이 이런 모욕이라는 것에 대해 관객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도 남자 주인공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내부는 지독하게 뒤틀려 있으며, 그의 마음 깊은 곳엔 어둠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하는 미의 기준에 대한 문제 의식은 소설 곳곳에 등장한다. 사하라가 "충분히 아름다운 여성조차도 못생겼다는 모욕을 하면 상처를 받더라"며 "'못생긴 여자'라는 말을 하면 손가락질을 받지만, 방송이나 잡지를 보면 다 아름다워지는 성형수술이며 화장품 광고뿐이라는 게, 이중잣대 아닌가"라고 말하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뉴요커는 그래도 왜 하필 이런 모욕을 등장시켜야 했는지 묻는다. 무라카미는 "이 소설을 쓰면서 나의 목표는 독자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고, 그에 대한 권위있는 답을 내려 주는 건 나의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무라카미는 이어 "카호에게 있어 사하라는 완벽한 타자가 아니라, 거울에 비친 자기 스스로의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자기 자신 안의 깊은 곳에 있는 심연을 본격적으로 처음 마주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엔 무라카미가 2014년 펴낸 단편소설집『여자 없는 남자들』도 등장한다. 하마구치 류스케(濱口竜介) 감독에게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안긴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2021)의 동명 원작이 포함된 소설집이다.

뉴요커 기자는 "혹시 이번 『카호(Kaho)』가 『여자 없는 남자들』에 이은 『남자 없는 여자들』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카호라는 여성의 시점으로 여성이 느끼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파고들었다는 게 질문의 취지다. 무라카미는 "미래 일은 모르지만 카호와 사하라라는 허구의 캐릭터에 관심이 여전히 간다"며 "속편을 쓸 수도 있고, 누가 아나, 여기에서 끝이 날지?"라고 반문했다.

뉴요커는 기사의 제목을 "무라카미 하루키, 질문을 하는 법에 답하다"라고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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