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미키 17'이 개봉한 지난달 말을 전후로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 신작이 평소보다 줄어 들었다. 하지만 이번달 하순부터는 중급 규모 이상의 상업 영화가 잇따라 개봉해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이번 달 중순까지 개봉하는 한국 영화 중 제작비 50∼80억원인 중규모 작품은 한 편도 없다.
설 연휴용 영화가 극장에서 물러나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후보작이 줄줄이 개봉하는 2∼3월은 통상적으로 한국 영화의 비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한국 영화 '파묘'가 천만 영화에 등극한 작년과 '카운트', '대외비'가 개봉한 지난 2023년과 비교하면 올해 이 시기는 유난히 한국 신작이 없는 편이다.
이는 개봉 전부터 상반기 최고 흥행 기대작으로 꼽힌 '미키 17'과 맞대결을 피하려는 배급사들의 손익 계산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봉 감독이 천만 영화를 두 편('괴물'·'기생충') 보유하고 영어 영화인 '설국열차'(약 935만여 명)로도 흥행에 성공한 대중적인 감독인 만큼, '미키 17'과 최대한 간격을 두고 개봉하는 게 흥행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별다른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미키 17'은 지난달 28일 개봉 후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평균 매출액 점유율은 약 70%다. 티켓 판매액을 기준으로 단순히 환산하면 극장을 찾은 관객 10명 중 7명이 '미키 17'을 관람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미키 17'의 독주는 이달 말부터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중·대형 배급사의 한국 주요 신작이 연달아 개봉하기 때문이다.
조장호 감독의 스릴러물 '스트리밍'이 오는 21일 첫 테이프를 끊는다. 구독자 수 1위인 범죄물 채널을 운영하는 우상(강하늘 분)이 연쇄살인 사건 범인을 추적하며 겪는 일을 그린 영화다.
오는 27일에는 김형주 감독의 스포츠 드라마 '승부'가 관객을 만난다. 바둑계의 전설 조훈현과 그의 제자 이창호의 대결을 담았다. 이병헌이 조훈현을, 유아인이 이창호를 각각 연기했다.
오는 4월에 접어들면 거의 매주 한 편씩 신작이 개봉하며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배우 하정우가 '허삼관'(2015)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연출작 '로비'는 오는 4월 2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원짜리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다.
다음 달 23일 개봉하는 황병국 감독의 '야당'도 흥행할 저력이 있는 작품이다. 대한민국 마약 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강하늘)과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유해진),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박해준) 등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물 영화다.
매년 봄 극장가를 책임졌던 '범죄도시'의 마동석은 올해에는 이 시리즈 대신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로 돌아온다.
오는 4월 30일 첫선을 보이는 이 영화는 악을 숭배하는 집단에 의해 혼란에 빠진 도시에서 악의 무리를 처단하려는 해결사 바우(마동석) 일행의 여정을 담은 오컬트 액션물 영화다.
【 청년일보=이근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