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경기 광주시의 한 건설 공사장 부근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레미콘 운전기사가 내리막길을 운행하다 건물 외벽을 들이받은 뒤 차량이 넘어지며 전신주와 다시 충돌했다. 이 사고로 운전기사는 목숨을 잃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사고와 관련해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경우, 저속으로 연석과 충돌하는 등 가벼운 접촉 사고가 일어나도 몸의 자세가 틀어져 순간적으로 운전 능력을 잃게 된다”며 “저 사고도 충돌 후 차량이 우측으로 넘어지며 2차 충격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25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가장 최근 통계인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간 안전벨트 착용 여부별 교통사고 분석 결과, 안전벨트 착용 여부가 확인된 교통사고 사망자 2458명 중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발생한 사망자는 824명으로, 33.5%를 차지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중 안전벨트 미착용 비율이 점차 줄고 있지만, 사망사고 발생 시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이란 게 공단 측 설명이다.
또 고속도로에선 안전벨트 착용률이 높지만, 저속으로 주행하는 일반 도로에서는 안전벨트 착용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속 60㎞ 이하 충돌에서도 안전벨트를 하지 않을 경우 충격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이 안전벨트 효과 검증을 위해 성인 남성 인체모형으로 시속 56㎞로 정면충돌 실험을 한 결과,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을 때 머리·목·흉부 등 복합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80.3%에 달했다. 안전벨트를 정상적으로 착용했을 때, 가해질 수 있는 복합 중상 가능성이 12.5%인 것에 비해 약 6배 이상 높다. 경찰청이 시속 48㎞로 정면충돌 실험을 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이 착용 시보다 2.7배 커졌고, 뒷좌석의 경우 중상 가능성이 16배나 상승했다. 사망률은 최대 9배까지 높아졌다.
특히 한국은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률이 57%(2024년)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지난 2022년 관련 조사에 따르면 독일·호주가 96%로 가장 높았고 영국(92%)·프랑스(90%)·미국(78%) 등도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률이 50%를 훌쩍 넘었다.

국내에선 2018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아직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률은 저조하다. 공단이 지난해 일반도로에서 안전벨트 착용 준수율을 확인한 결과, 운전석(90.01%)과 조수석(87.80%)은 비교적 높았지만 뒷좌석은 56.59%로 낮았다.
이에 공단은 올해 범정부 교통안전 캠페인 ‘오늘도 무사고’를 진행하면서 ‘안전벨트 무조건 착용’을 캠페인 주요 안전수칙 중 하나로 정했다. 정용식 공단 이사장은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된 지 7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이 낮다”며 “착용률 향상을 위해 다양한 실험·홍보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의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최창현 부교수는 안전벨트를 제대로 매는 법에 대해 조언했다. 안전벨트를 제대로 매지 않을 경우 더 큰 상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다. 최 부교수는 “하부 안전벨트를 배에 걸치는 경우가 많은데 골반 뼈에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벨트가 복부에 위치할 경우 강한 충격 시 복부를 압박하게 돼 장기가 파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교수는 “어린이의 경우 상부 안전벨트가 교통사고 발생 시 목을 조일 가능성도 있다”며 “영유아는 물론 초등학생도 성인 안전벨트가 아닌 주니어용 카시트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