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이후 한 달간 기관장 공모 2건…2~3월 15건으로 늘어
민주당 "계엄 이후 '알박기' 인사만 100명 넘어…훈장 주냐"
기재부 "정치적 의미 부여 말아야…당연한 인사 절차일 뿐"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최근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장 공모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공공기관을 총괄하는 부처인 만큼 공모를 진행하는 사실 자체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데요. 다만 '타이밍'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곧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이 탄핵 인용·기각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이토록 사회 전반의 긴장감이 절정에 달한 지금, 갑작스럽게 다수의 기관장 공모가 올라왔습니다. '하필'이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데요.
기재부의 공공기관장 공모 현황을 살펴보면, 비상계엄 사태가 발발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단 2건의 공모가 올라왔습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국립공원공단 2곳에 불과하죠.

반면 지난달과 이달에는 총 15건에 달하는 공모가 올라왔습니다. 기관들을 하나씩 나열해 보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경북대학교치과병원 ▲한국마사회 ▲한국폴리텍대학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에스알 ▲기초과학연구원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자산관리공사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한국세라믹기술원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강원랜드 ▲한국전력거래소 등입니다.
계엄 사태 직후에는 2건에 불과했던 공모가 탄핵 심판 결과 발표를 목전에 두고 15건으로 크게 늘어난 건데요. 각 공공기관장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공모를 추진한 것이라고 해석하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 중 진작에 임기가 만료된 곳들이 다수인데, 유독 지난달과 이달 들어 공모가 몰렸다는 점에서요.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파면돼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정권이 교체될 것을 예상해 현 정권 인사들을 바쁘게 기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건데요. 지난해에 정부가 공공기관장 공모에 소극적으로 나서 '리더십 공백' 지적이 끊이질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추진 속도에는 분명 의아한 점이 있어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와 같은 문제를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습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계엄 이후 우리 당이 파악한 '알박기' 인사만 해도 15개 기관에 걸쳐 임명 63명, 공모 중 41명으로 100명이 훌쩍 넘는다"며 "윤석열 정권이 반성은커녕 훈장을 주듯 내란 동조 세력들에게 한자리씩 챙겨줄 작정인 것 같다"고 비꽜습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입니다. 수장 임기가 만료됐거나 현재 공석인 기관들에 새로운 리더를 앉히기 위한 통상적인 절차일 뿐이지, 정치적 상황을 의식하거나 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보은' 성격을 담은 것은 아니라는데요.
기재부의 모 관계자는 "기관장 공모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탄핵 인용·기각 여부를 어떻게 먼저 예상하고 행동에 나서겠냐"며 "기관장을 새로 임명하기 위한 당연한 절차일 뿐이다. '막판 알박기'를 자행하려 한다는 야당의 비판 등은 어불성설"이라고 부인했습니다.
정부로서는 억울한 부분도 있겠습니다. 지난해에는 공공기관장 인사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공모를 활발히 추진할수록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으니까요. 다만 탄핵에 탄핵이 거듭된 사상 초유의 국정 혼란 속에서 극도로 예민해진 국민적 정서를 반드시 고려해야만 합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을 떠올려볼 만합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