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흙신’ 라파엘 나달(38·스페인)은 “마요르카의 작은 마을에서 온 좋은 사람으로 더 기억되고 싶다”며 소박한 바람을 말했다.
나달은 20일(한국시간)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2024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네덜란드와 준준결승에서 보틱 판더잔출프(80위)에게 0-2(4-6 4-6)로 졌다. 그의 은퇴 경기였다.
최근 수년간 고관절 등 부위에 크고 작은 부상을 안은 채 말년을 이어오던 그는 국가대항전인 이번 데이비스컵을 은퇴 무대로 삼겠다고 발표한 터였다.
나달에 이어 2단식에 나선 후배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으나 마지막 복식에서 스페인이 패하면서 스페인의 탈락과 ‘나달의 은퇴’가 확정됐다.
경기장인 카르페나 아레나에 수천 명의 스페인 팬이 몰려든 가운데, 경기가 끝나자 로저 페더러(스위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등 그와 경쟁한 테니스인들과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축구) 등 스포츠인들의 헌사가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사방에서 쏟아진 환호성에 나달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삼촌이 테니스 코치였고 좋은 가족을 만나는 행운이 있었다. 그저 꿈을 좇아 최대한 열심히 노력한 결과 지금의 내가 됐다”면서 “하지만 많은 사람이 매일 최선을 다한다. 난 정말 운이 좋았고, 테니스 덕에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내가 꿈꿔온 것 이상을 이룬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달은 또 “난 테니스에 지치지 않았지만, 몸이 더는 테니스를 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면서 “오래 취미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나달은 페더러, 조코비치와 함께 테니스의 살아있는 역사로 인정받는다.
1986년생인 그는 2005년 프랑스오픈에서 처음 메이저 대회 단식 정상에 올랐고, 이후 2022년 프랑스오픈까지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총 22차례 우승했다.
이는 조코비치의 24회에 이어 메이저 남자 단식 최다 우승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프랑스오픈에서만 14번 우승해 ‘클레이코트의 황제’로 불렸고 올림픽에서는 2008년 베이징 대회 단식 금메달,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남자 복식 금메달을 획득했다.
나달은 “내 우승 타이틀과 기록을 사람들은 더 알아주겠지만, 난 마요르카의 작은 마을에서 온 좋은 사람으로 더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한 점에 나달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는 2004년 데이비스컵 데뷔 무대에서 패했다.
전날까지 나달의 유일한 데이비스컵 단식 패배였고, 그는 이후 단식 29연승을 달리다가 이날 20년 만에 데이비스컵에서 졌다.
나달은 “데이비스컵 첫 경기에서 패했고, 마지막 경기에서도 패했다. 그렇게 우리는 ‘원’을 완성했다”며 웃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