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때 처음 감독이 된 ‘초보 감독’이 ‘올시즌 최고의 감독’에 뽑혔다. 어린 시절 복싱 선수였고, 대학에서는 미식 축구 선수였고, 나중에서야 마이너리그에서 잠깐 투수로 뛰었던, 그리고 제자 감독의 보조로서 8년을 보낸 ‘파란만장 인생’의 화려한 한 페이지였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20일 메이저리그 올해의 감독상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은 밀워키 팻 머피 감독이, 아메리칸리그는 스티븐 보그트 클리블랜드 감독이 선정됐다. 둘 모두 올시즌 처음 메이저리그 감독이 된 ‘초보 감독’이다.
65세 때 처음 감독이 됐고, 첫 시즌에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머피 감독의 ‘파란만장’이 화제를 모은다. 머피 감독은 마이너리그 투수였지만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했다. 노터데임대학 감독으로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애리조나 주립대 감독으로 명선수들을 배출하며 이름값을 높였지만 프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2015년 샌디에이고 감독 대행을 맡은 뒤 2016년부터 밀워키의 벤치 코치가 됐다. 노터데임 대학 시절 제자였던 크레이그 카운셀이 감독이 ‘스승’인 머피를 모셔왔다. 2023시즌이 끝난 뒤 카운셀 감독이 시카고 컵스로 옮긴 뒤 그 자리를 이어받았고, 팀을 지구 우승을 이끈 뒤 올해의 감독상까지 받게 됐다.
디애슬레틱 등에 따르면 머피 감독은 수상 소감을 통해 “지난 8년간 카운셀 감독이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충실했다. 카운셀에게 항상 ‘내가 어떻게 하면 자네를 도울 수 있을까, 내가 뭘 할까’를 늘 물었다. 난 항상 사람들을 돕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팻 머피의 리더십이었다. 밀워키는 올시즌 브랜든 우드러프, 마무리 데빈 윌리엄스, 주축 타자 크리스티안 옐리치 등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포수 윌리엄 콘트레라스,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 신인 외야수 잭슨 추리오 등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이 열심이 뛰도록 돕는데 특화됐다.
머피 감독은 “애리조나 대학 시절 더스틴 페드로이아가 우리 팀이었다. 키도 체구도 작은 선수가 엄청난 메이저리거가 됐다. 내가 어떤 영향을 미쳤냐고들 묻는데, 그걸 해 낸 건 페드로이아다. 난 그저 옆에서 도와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밀워키는 올시즌 불펜 평균자책 3.11로 내셔널리그 1위였고, 팀 도루 2위였다. 선수들이 열심히 뛸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움으로써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머피의 비결’이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내가 한 게 별로 없다. 그저 선수들로 하여금 옷을 좀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팀 내 드레스 코드 규칙을 바꾼 게 전부”라고 웃었다.
MLB닷컴은 “밀워키 감독으로서는 머피가 처음으로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며 “카운셀은 4번이나 2위에 그쳤다”고 전했다.
AL 올해의 감독이 된 보그트는 선수 은퇴 뒤 가장 빨리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주인공이 됐다. 포수로 뛰었던 보그트는 2022년 오클랜드에서 은퇴했고 2023년 11월 클리블랜드 감독이 돼 첫 시즌에 팀을 중부지구 우승으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