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의정 갈등으로 사직한 전공의 가운데 개원가에 취직한 이들이 최근 ‘근무 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갈등 장기화에 급여 수준이 크게 떨어졌고, 이마저도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전공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도 ‘일자리’와 관련해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https://www.bizhankook.com/upload/bk/article/202502/thumb/29066-71185-sampleM.jpg)
#급여 줄어든 전공과 수련병원 복귀율 높아
의정 갈등 장기화로 대형 병원에서의 인력 유출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경력이 적은 전공의들의 급여 수준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의정 갈등 초기만 하더라도 이들을 두고 ‘모셔가기’ 경쟁이 벌어졌지만, 연말부터 상황이 역전되면서 전공의들 사이에서 ‘헐값’, ‘최저 시급’ 수준의 근무 여건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러한 사정은 수련병원 복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결과를 보면, 개원가에서 급여가 크게 줄어든 성형외과(16.4%), 정신건강의학과(12.5%), 재활의학과(9.5%), 안과(9.3%) 등은 상대적으로 지원율이 높았다.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의협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전공의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의협에 따르면, 집행부는 지난 11일 전공의 지원 TF 발족식을 갖고 그동안 전공의를 대상으로 어떤 지원이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하는 회의를 진행했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아직 지원 방향이 가시화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일자리 창출에 힘을 더 실은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직 전공의 급여 논란에 대해서는 “사직 전공의 가운데 급여가 상당히 높은 이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저임금이) 전반적인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개입 쉽지 않아…일반의 늘어나면 정부 말 들어주는 꼴”
의협과 지역의사회 등은 전공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도 ‘급여 인상’과 ‘적극적인 고용’을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고용 관계에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설령 개입하더라도 그 결과가 긍정적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개원가에 ‘급여를 얼마로 정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전공의들이 안정적인 일자리 또한 요구하지만, 대부분 일반의가 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문제가 해결되면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인력을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일하다가 ‘저 돌아가야 합니다’라며 떠날 가능성이 있는 지원자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의 채용을 늘리는 것은 정부가 원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의사회 임원 A 씨는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초기부터 의사 연봉을 줄여야 한다며, 국내에 전문의는 많지만 일반의 숫자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에 사직 전공의들이 일반의로 일하면서 시장 논리에 따라 이들 급여가 실제로 떨어졌다. 결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일반의가 늘고 급여도 하락한 셈이 됐다. 정부의 주장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를 위해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것은 정부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결과가 되기에, 일자리 확대를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사들의 내부 결속이 흐트러지고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A 씨는 “근로 조건과 관련해 문제 제기가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다. 터무니없는 처우를 제공하는 곳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의사회를 통해 일자리를 지원받은 전공의들은 선의를 바탕으로 도움을 받은 것이다. 꼭 필요하지 않은 자리를 만들어 가르쳐 주면서 동시에 금전적인 지원까지 제공한 경우도 있는데, 이제 와서 조건을 비교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결국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오해만 커졌다. 단순히 일자리만 만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공의 추가 모집 시작…개원가 분위기 달라질까
의협과 지역의사회 등은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근태 회장은 “다음 주나 그다음 주쯤에 전공의 지원 방안과 관련해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의 A 씨는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보일 수는 있지만, 전공의들이 그동안 싸워온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의 꿈을 완전히 꺾고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다만 현실을 고려해, 힘들어하는 전공의들이 배우면서 일할 수 있는 병원을 중심으로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복귀한다고 비난받을 수 있는 자리는 제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수련병원들은 이번 주부터 전공의 추가 모집에 돌입했다. 올해 상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율이 2%대에 그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레지던트는 10일부터, 인턴은 12일부터 추가 모집이 시작됐다. 최대한 많은 전공의를 충원하기 위해 병원별 원서 접수 기간과 횟수 등은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병역 특례는 적용되지 않는다. 복지부는 지난달 ‘사직 1년 이내 동일 과목·연차 복귀 제한’ 규정을 해제하고, 입영 대상 전공의의 입영 시기를 수련 종료 후로 연기하는 특례를 제시했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핫클릭]
· [단독] 한샘 '하청업체 갑질 논란', 공정위는 인정 법원은 기각
· '3조 원 규모' 항공통제기 2차 사업, 4월에 승자 판가름
· "월 5900원으로 2년마다 기기 교체" 삼성전자 '갤럭시 구독클럽' 전망은?
· "의대생 현역 입대 10배 증가" 공중보건의 만성 부족 대책은?
· "의대 진학 편법" 군위탁 편입학도 논란인데 '국방의대' 설립 가능할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