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女 자발적으로"…성범죄자에 '면죄 교육'하니 이런 말

2025-10-20

재범방지교육을 받은 성매수자는 형사처벌을 면하게 하는 ‘존스쿨(John School)’ 제도가 도입 20년을 맞은 가운데 안일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5년 세워진 대검찰청 내 지침에 따라 성매수 초범은 보호관찰소에서 16시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다. 세부 내용으론 ‘성구매 거절 연습’ ‘성매매 여성의 득과 실’ ‘성구매의 해악성’ 등을 다룬다. 교화를 노려 재범을 막는단 취지다.

20일 법무부에 따르면 매년 존스쿨을 이수한 1000여 명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중 성매매 사건 ‘재이수자’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20년 26명, 2021년 18명, 2022년 30명, 2023년 38명, 지난해 20명으로 최근 5년간 꾸준히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존스쿨 제도 취지대로라면 이들 재이수자는 교육 대상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법무부는 예외규정을 두고 일부 재범자에게 다시 존스쿨을 이수할 기회를 주고 있다. 법무부의 성매매 알선 등 행위자에 대한 사건 처리 지침에 따르면 ▶형사처분 후 과거의 성매매 범행이 밝혀진 경우 ▶이전 범행으로부터 상당 기간 이후 다시 성매수한 경우 ▶피의자에게 장애가 있는 경우 등의 상황에 재이수가 가능하다.

“형사처벌이 능사가 아니라서 범행 경위나 죄질에 따라 예외를 뒀다”는 것이 법무부 설명이지만, 현장에선 법무부가 존스쿨을 안일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존스쿨이 도입된 해로부터 13년간 강의를 나갔던 정박은자 대구여성인권센터 사업감사는 수강자들로부터 쏟아지는 모욕적 언사를 견디지 못하고 2018년 교편을 놓았다. 정 감사는 “수강자들이 ‘요즘 여자들은 자발적으로 (성매매) 한다. 아가씨들은 피해자가 아니다‘며 전혀 반성하지 않는듯한 말을 했다“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수업 참 잘 들었습니다”고 말하는 걸 듣고 강의를 그만뒀다”고 했다.

"법무부, 제도 운영 의지 없어 보인다"

태도가 불량해도 제재할 방법은 없었다. 술에 취해 수업 도중 넘어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보호관찰소 직원이 아닌 강사는 그를 내보낼 권한이 없었다고 한다. 아울러 교실에선 내보내도 담당 검사의 의향에 따라 다시 수업을 이수할 수 있단 설명을 들었다. 초범이 아닌데 수업을 듣는 수강생도 있었다. 법무부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실수로 두 번 (존스쿨에) 보냈다”고 답했다고 한다. 제도의 기존의 취지서 벗어난 경우였다. 한편 법무부에선 존스쿨 처분된 성매수자가 이후 재범했는지에 대한 실태 조사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감사는 “강사들을 대상으로 교육 피드백을 받는 것도 없었다”며 “법무부가 더 이상 존스쿨 제도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도 전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관계자는 “존스쿨 초기엔 성매매 당사자 출신 활동가들도 열심히 강의에 참여했었는데, 부적절한 말을 듣는 건 물론 강의해도 성 구매 방지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공유되면서 많이 그만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엄격하게 관리되지 않을 바엔 존스쿨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육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존스쿨처럼 짧은 기간의 수업을 여러 번 보내면서까지 면죄부를 주는 건 실효성이 없다”며 “차라리 보호처분을 통해 징역까지 가진 않으면서도 더욱 확실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예컨대 과거엔 상담조건부,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를 보내던 가정폭력사범을 최근엔 보호처분으로 보내고 있다”며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도 같은 길을 밟아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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