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들,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을까?

2025-02-03

40~50대가 주도했던 민주화 시대와 충돌

60~70 고령 세대, 실용주의적 색채

민주화 세대, 탈미·반미…탈미·반미

20~30대 정치 진출…전통 세대 콘텐츠 답습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격동적인 정세가 열리고 있다.

그 중의 가장 특징적인 것은 20~30대 남성들의 정치적 진출이다. 이미 20~30대 남자들은 탄핵 반대-윤석열 지지를 통해 정세를 극적인 상황으로 몰아간 바 있고 조기 대선에서도 60~70대 전통 세대와 함께 40~50대 민주화 세대를 포위하여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다.

20~30대 남성의 정치적 진출은 특정 시기의 정치정세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제기하는 세계관·시대정신은 40~50대가 주도했던 민주화 시대와 충돌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20~30대의 정치적 진출을 시대의 관점에서 다뤄 보겠다.

시대와 시대정신을 논하려면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특징을 먼저 말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서 가능했던 것과 같다. 지정학적 지위가 결정되면 그와 연동하여 특유의 사회경제 구조가 뒤따라오기 마련이다.

필자는 이를 다음의 3시기로 구분한다. 첫째 시기는 1945년 2차대전 종결에서 1991년 소련 해체까지로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이 중진국으로 비약하는 시기이다. 둘째는 1991년~대략 2010년까지로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이완되면서 중국이 부상하고 한국은 선진국으로 발전하던 시기이다. 셋째는 2010~현재까지로 미·중 쟁패기라 할 수 있다.

1시기에 대응하는 것이 60~70 고령 세대이다. 이들은 친미 반공을 공기처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일상의 영역에서는 경제성장에 집중하는 실용주의적 색채를 가지고 있었다.

민주화 세대는 특유의 역사관, 세계관을 통해 전통 세대와 격렬히 충돌한다. 민주화 세대를 상징하는 책이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하 해전사)이다. 이른바 해전사는 대한민국을 친일파가 세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나라로 보고 미군을 점령군으로 인식했다.

이에 기초하여 반미·친북·반일·친중의 논리가 나타났다. 이들 논리는 시간이 가면서 강도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민주화 세대 전반에 강력히 내재하여 있다. 민주화 세대의 대세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12월 4일 1차 탄핵소추안이다. 소추안에는 “외교라는 미명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라고 되어 있다.

민주화 세대는 탈미·반미와 함께 사회경제구조를 바꾸기 시작한다. 정치에서 대중 민주주의, 외교에서 친미보다는 지정학적 균형을 중시하고 북한에 대해 온정적이며 경제에서는 성장보다 분배를, 여성과 함께 사회적 소수자를 강조하는 것 등이다.

민주화 세대의 이러한 대응은 1991~대략 2010년대까지 미국 일극 체제에서 안보 위협이 작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게 미국을 의식하지 않고 반미·탈미적 발상이 가능했고 그 토양 속에서 페미니즘과 같은 생각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

박근혜 탄핵에 대한 전통 세대의 저항은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이면서 민주화 세대에 맞서 역사적·시대적 맥락에서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작업이었다. 그런 면에서 전통 세대의 집회에서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가 등장하는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윤석열 탄핵 과정에서 시작된 20~30대 남성들의 진출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20~30대 남성들이 전통 세대의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사실 양자의 시간대가 워낙 크기 때문에 문화·생활에서의 공통점은 크지 않다. 특히 20~30대 남성의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의 강력한 수원지였던 페미니즘에 대한 태도는 적대적이기조차 하다.

그런데도 양자가 연대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탄핵 반대-윤석열 지지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둘째, 20~30대 남성들이 전통 세대가 박근혜 탄핵 당시 정체성 확인 작업 과정에서 성취했던 대부분 내용(친미·반북·반중 등)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며 셋째, 페미니즘과 같은 이질 변수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30대 남성의 정치적 진출이 시작되었지만 그들의 주장은 아직은 취약해 보인다. 20~30대 남성들의 주장은 다음의 세 가지로 보인다. 첫째, 탄핵 반대-윤석열 복귀 둘째는 종북주사파·반국가세력·부정선거 등 음모론 셋째는 반중이다.

여론 지형의 급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종북주사파·반국가세력·부정선거 등의 주장은 아직은 타당한 근거가 없거나 과장되었다고 본다.

사실 운동의 초반기에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들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민주화 세대 또한 한국경제 붕괴설, KAL 858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하는 등 비현실적인 주장을 거듭했다. 수많은 비현실적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반독재 민주주의가 현실과 맞으면서 사회적 주류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20~30대 남성들도 같은 궤적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현재가 미-중 쟁패기이고 미국 편에서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옳다고 보면 친미 반중은 숱한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 세대가 쌓아 올린 낡은 유산 또한 공격받게 될 것이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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