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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전세대출 사기, 경기 침체 등으로 빚을 제때 못 갚는 서민·소상공인이 늘어나면서 작년 주택도시보증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공공기관이 빚을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액이 1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채무조정 신청자는 19만명을 넘었고, 법인 파산 건수도 1940건에 달해 모두 역대 가장 많았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증사업을 하는 13개 금융공공기관·금융공기업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보증기관의 지난해 대위변제액은 16조3142억원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년인 2023년 대위변제액(13조7742억원)보다 18.4% 증가한 것이다.
오 의원에 따르면 이중 SGI서울보증보험(1조1133억원)은 상반기 수치만 반영한 것으로, 하반기 수치까지 반영하면 13개 기관의 대위변제액 합산 금액은 17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관의 대위변제액은 2019∼2022년 5조원대였으나, 2023년 단숨에 13조원대로 증가한 데 이어 작년까지 급증하는 추세다.
대위변제는 차주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빚을 갚아주는 것이다.
13개 보증기관(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보험·서민금융진흥원·신용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기술보증기금·수출입은행·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해양진흥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 중 가장 대위변제액이 많은 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 등이 늘어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대위변제액은 지난 2022년 1조581억원에서 2023년 4조9229억원으로 365.3% 급증했고, 2024년에도 6조940억원으로 23.8% 증가했다.
대출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늘어난 영향으로 신용보증기금의 대위변제액은 2022년 1조3830억원에서 2023년 2조2873억원으로 65.4%, 2024년 2조9584억원으로 29.4% 늘었다.
2022년 5076억원에 불과했던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액도 2023년 1조7126억원으로 237.4%, 2024년 2조4005억원으로 40.2% 급증했다.
이밖에 주택금융공사(6357억→9117억원), 기술보증기금(9597억→1조1679억원), 한국무역보험공사(686억→1819억원) 등의 대위변제액도 증가했다.
한편 서민·소상공인의 채무 부담 관련 지표도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특히 성실하게 빚을 갚아왔으나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해 상환 능력 한계에 부딪힌 단기 연체자 및 연체 우려자가 폭증한 점이 눈에 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전체 채무조정 신청자는 19만5432명으로 전년(18만5143명) 대비 5.6%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첫해인 2020년 말(12만8754명) 대비로는 51.8% 급증한 것이다.
특히 현재 정상적으로 채무를 갚고 있지만 연체가 우려되거나 1개월 미만 단기 연체자에 대해 채무 상환을 유예하거나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는 '신속채무조정' 신청자가 급증했다.
기업 파산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작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사건은 1940건으로 역대 최다였던 전년(1657건)을 또 뛰어넘었다.
법인 파산 선고(인용 건수)도 1662건으로 전년(1302건)보다 27.6% 늘어 역대 최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