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읍참마속 마다 않는 과감·신속 인사, 긴장도 높여 ‘확고한 1등 기업’으로
건설 대표 경질 이어 이커머스 계열사 수장 교체…인적쇄신으로 위기 돌파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년 간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의 ‘독한’ 결단 아래 혁신을 핵심 기조로 삼아온 만큼 올해부터는 서서히 경영 성과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전부터 스스로 변화를 실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2023년 11월, 기존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바꾸고, 취임 후에는 골프, SNS 등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활동들을 끊었다. 대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물론, 그룹 전반의 관행을 타파하는 데도 집중했다.

◆회장 승진 첫 행보 ‘과감한 인적쇄신’
정 회장은 뼈를 깎는 쇄신의 중심에 ‘인사’가 있다고 보고 읍참마속(泣斬馬謖)도 마다 않는 독한 결단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4월 이마트 적자의 큰 원인이었던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한 데 이어 6월에는 이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 대표도 교체했다. 이는 하반기 정기 인사 전에 이뤄진 일들로, 회장 승진 이후 그룹 차원에서 단행한 첫 번째 쇄신 인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쇄신을 주도하는 지금이 신세계그룹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재정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한다. 미래 성장 기회를 창출하고 탐색할 적기라는 것. 그동안 유통업 1등으로서 시장을 이끌며 축적한 역량에 강력한 오너 리더십을 더해 시너지가 날 것이란 분석이다.
2023년 11월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당시 부회장) 주도로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개편하며 본격적인 그룹 쇄신에 나섰다. 정 회장은 경영전략실을 향해 ‘조직·시스템·업무방식까지 다 바꾸라’고 주문했다. 경영전략실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에 던지는 강한 메시지였고 스스로를 향한 다짐이기도 했다.
정 회장은 ‘경영전략실은 기능 중심의 조직 효율화를 통해 실무 기능은 과감하게 현업으로 이관하고, 각 사별 사업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 계열사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당부했다.
◆“철저한 성과 중심 인사·보상 체계 갖춰야”
정 회장은 각종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인재 확보를 포함한 '인사'는 각 그룹 계열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더욱 신중하면서도 정확한 인사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수시로 강조한다.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 전체의 인사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개선할 것을 주문하면서 “모든 인사와 보상은 철저하게 성과에 기반해야 하고, 성과에 대한 평가 지표도 구성원 모두가 수긍하고 또, 예측가능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명확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수립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계열사별, 각 업무영역별로 정밀한 KPI를 수립해 성과를 낸 조직과 임직원에게는 확실한 보상을 뒷받침해주고, 그렇지 못한 조직과 임직원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 중심의 공정한 보상 체계가 장기적으로 우수 인재 영입 필수 조건이며, 우수 인재 확보 여부가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 정 회장의 생각이다.

◆“똥밭에선 나무 자라지 않는다” 부정부실 척결
정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수시로 “똥밭에서는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신세계그룹이 유통시장 1등 기업으로 계속 시장을 선도하려면 무엇보다 조직 쇄신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6월 19일 이커머스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지마켓과 SSG닷컴의 대표를 전격 교체했다. 지마켓 대표로는 정형권 전(前)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하고, SSG닷컴에는 그로서리 및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본부장을 맡아온 최훈학 전무를 내정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임원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결단도 성과주의 인사의 큰 축이다. 정용진 회장은 회장에 3월 오른 이후 부정부실이 확인된 임원들에 대해 최측근이라도 관용 없이 즉각 해임했다.
신세계그룹은 그간 정기 인사를 제외하고는 임원에 대한 인사 조치가 전무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조직에 잔존한 온정주의를 타파하고 긴장도를 높여 최고의 성과를 독려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실행했다.
신세계건설 정상화 전략도 첫 발은 대표 교체였다. 정 회장은 그룹의 핵심 재무통인 허병훈 부사장을 새 건설 대표로 선임해 그룹 차원에서 건설의 재무 이슈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정 회장은 “고객 만족이라는 그룹의 핵심 경영이념을 실천하고 성장을 위한 가속 페달을 밟기 위해 신상필벌에 입각한 인사는 필수”라며 “나와 조직원 모두는 그룹을 지탱해온 ‘고객제일’ 가치 실현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