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율주행 늦었다"고 인정한 정의선···반격의 키워드는 'AI·안전'

2025-12-08

#.서울 한복판에서 테슬라 차량 한 대가 FSD(Full Self-Driving·완전자율주행) 기능을 켠 채 도로를 능숙하게 주행한다.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에 손만 가볍게 얹어 두었을 뿐, 차량은 급변하는 교통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며 속도를 조절한다. 복잡한 교차로에서는 정확히 차선을 찾아 진입하고, 건널목의 보행자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정차한다. 앞·옆 차량은 물론 사람의 움직임까지 읽어내는 모습은 숙련된 기사(技士)를 연상케 한다.

Quick Point!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

현대차그룹은 기술 격차와 전략 변화 압박에 직면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이 본격화되는 중

최근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올해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한 테슬라가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으로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테슬라 차량이 부산 도심 교차로를 자연스럽게 통과하는 영상에 "국산 전기차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지고 있다"는 반응이 이어지며 국내 완성차 업계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여기에 "테슬라에 비해 다소 늦었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솔직한 발언은 내수 시장에서도 자율주행 격차가 체감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성큼 다가온 자율주행 시대···현대차 자율주행 수장 "순탄치 않았다"

테슬라는 지난달 23일 감독형 FSD를 국내에 처음 배포했다. OTA(무선 업데이트) 방식으로 제공된 이 기능은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는 조건 하에서 차량이 시내·고속도로를 스스로 주행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북미에서 상용화된 후 캐나다, 중국 등으로 확대됐으며 한국은 7번째 도입 국가다.

FSD 감독판은 조향·가감속을 모두 제어하지만 안전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는 '레벨2' 기술로 인증됐다. 사실상 레벨3에 준하는 기능을 제공함에도 사고 책임 문제 등을 고려해 레벨2 인증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이와 별개로 무인택시 서비스 '로보택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시범 운행 중이며, 국내에서도 전용 앱을 공개하며 진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슈퍼 크루즈'를 탑재한 에스컬레이드 IQ를 출시하며 자율주행 경쟁에 가세했다. '핸즈프리 드라이빙'을 구현한 슈퍼 크루즈는 국내 약 2만3000㎞ 구간에서 활용 가능해 시장 변화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은 글로벌 레벨 2+ 경쟁 속에서 레벨2 수준에 머무는 형국이다. 제네시스 G90과 기아 EV9에 레벨3급 'HDP(고속도로 자율주행)'를 탑재하려던 계획은 실제 도로 변수와 안전성 검증 부담 등으로 무산됐다.

특히 송창현 현대차 차세대모빌리티플랫폼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의 돌연 사임은 업계에 큰 여파를 남겼다. 그는 "AI 디바이스를 만들겠다는 도전은 쉽지 않고 순탄치 않았다"고 밝히며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기술적·조직적 장벽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다.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처럼 카메라 중심 기술로 전환하며 자체 개발 중인 자율주행 AI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보택시 부문에서는 웨이모와의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기술을 축적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에는 자율주행 AI 적용 차량을 공개하고 2027년 '레벨2+' 수준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다.

냉철한 정의선 회장의 작심 발언···"격차보다 중요한 건 안전"

"중국·테슬라 대비 늦은 감이 있다"는 정의선 회장의 발언은 그 자체로 경고 메시지다. 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 시장의 패권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3위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 인식이 읽힌다.

송창현 본부장의 사임과도 맞물려 그룹 내부에서는 자율주행 전략 변화가 예상된다. 엔비디아 GPU 기반 독자 개발 강화, 미국 모셔널과의 협업 확대 등 독자 기술과 외부 기술을 결합하는 '투트랙 전략'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선택 역시 속도가 관건"이라며 "내년 엔비디아 협력 구체화와 기존 스마트카 출시 일정의 조기화가 테슬라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정 회장은 속도전 의지를 보이면서도 "격차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 기술 추격이 아니라 '안전 리더십' 경쟁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전략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에서는 자율주행 관련 규제가 엄격해 기술 개발에 제약이 크다. 모셔널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도 국내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테슬라는 한미 FTA 규정에 따라 미국 내 인증만으로 국내 판매가 가능해 사실상 '무혈입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규제 환경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규제 체계의 재정립을 선도하며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기술 확보와 내재화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지금 따라가고 있지만 결국 넘어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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