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폰 브랜드 헬로모바일 운영사인 LG헬로비전이 주요 알뜰폰 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알뜰폰협회)를 탈퇴하기로 했다.
협회 활동이 회사 권익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협회 내 대기업 계열 알뜰폰과 중소 알뜰폰간 깊어진 갈등의 골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꼽힌다. 알뜰폰 업계 위기 속에 구심점이 돼야 할 협회가 내홍을 겪으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헬로비전은 최근 알뜰폰협회에 탈퇴 신청서를 제출했다. LG헬로비전은 가입자 75만명을 보유한 알뜰폰 사업자다. 협회 이사회에 참여 중인 10개 핵심 기업 중 하나다. 회사 측은 탈퇴 사유에 대해 “사업의 이해를 대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알뜰폰협회는 현재 이사회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아직 탈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나갔다가 돌아온 선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LG헬로비전은 전신인 CJ헬로 당시에도 알뜰폰협회 탈퇴를 신청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업계 내 공동 현안을 처리하는데 있어 회원사간 불협화음이 원인이었다. 다만 단순 입장차로 치부하기에는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오월동주로 시작된 협회 출범 초기부터 예견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지적이다.
20여곳의 알뜰폰 회원사 중 대기업 계열은 SK텔링크, KT엠모바일,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KB국민은행, 한국케이블텔레콤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이 협회 운영비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지만 협회는 이들보다는 중소사업자 목소리를 주로 대변해왔다.
최근 국회에서 대기업·금융권 계열 알뜰폰에 대한 점유율 제한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원사 권익을 대변해야 할 협회가 소극적 대응에 나선 것이 이번 탈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LG헬로비전뿐 아니라 KB국민은행도 이같은 협회 운영 방식에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왜 우리가 협회비를 내고 죄인 취급을 받아야 되느냐에 대한 불만이 지속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협회가 중소·영세사업자 권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다보니 회원사임에도 오히려 견제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해관계가 다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혼재해 있다 보니 어떤 이슈가 발생해도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정부도 협회와 알뜰폰 정책을 함께 논의해 나가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이같은 갈등을 봉합해야 할 협회도 여전히 한쪽 편에만 서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회가 내홍을 겪는 동안 알뜰폰 시장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올해 1분기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수는 10만6423명으로 작년 동기대비 43.6% 급감했다. 1만원대 초저가 5G 요금제로 반등을 노렸지만 아직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전파사용료 부담과 도매대가 협상 사후규제 전환도 알뜰폰 시장 성장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