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쿠쇼르 단 당선…1차 투표 20%p 완패 뒤 결선 8%p 승리
EU, 대러시아 결속 강화…우크라·유럽 정상들 일제히 축하
동유럽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에서 유럽연합(EU)에 친화적인 후보가 민족주의 극우 성향 후보를 따돌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속에 러시아에 맞선 단일대오를 유지하려는 유럽은 루마니아의 이탈을 막고 결속을 강화할 토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친유럽 성향의 니쿠쇼르 단(55) 부쿠레슈티 시장은 18일(현지시간) 열린 대선 결선투표에서 개표율 99% 기준으로 54.1%를 얻어 45.9%에 그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제1야당 결속동맹(AUR) 대표인 제오르제 시미온(38) 후보를 8.2%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루마니아는 총리가 행정 실권을 가지는 이원집정부제 국가로 대통령은 외교·국방 관련 사안을 책임진다.
총리는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해 의회 동의를 거쳐 임명된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며 1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이번 루마니아 대선은 극적인 역전으로 막을 내렸다.
시미온 후보는 지난 4일 1차 투표에선 41%의 득표율로 단 후보(21%)에게 배에 가까운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결선투표를 앞두고 투표율이 높을수록 단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결선투표의 투표율은 64%로, 2000년 대선 1차투표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았다. 2주 전 1차 투표의 투표율은 53%였다.
단 당선자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쿠레슈티 중심가에 위치한 선거사무소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고 현장에 밀집해 있던 지지자 수천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단 당선자는 언론에 "선거는 정치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며 "루마니아 국민의 공동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며 "루마니아가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 루마니아 사회가 보여준 오늘의 힘을 떠올리자"고 말했다.
단 당선자는 수학자 출신으로 부동산 불법 개발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이번 대선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반부패, 투명성 강화, 디지털 행정 개혁, 친유럽 노선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럽과 우크라이나에서는 자신들에게 친화적인 단 당선자를 향한 축하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단 당선자와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거듭된 조작 시도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 국민이 민주주의, 법치주의 그리고 EU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역사적인 승리"라며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루마니아가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크라이나는 루마니아에 신뢰를 주겠다"고 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자유 루마니아 국민 만세"라고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루마니아 국민이 강력한 유럽 안에서 개방된 루마니아의 번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날 결과가 나오기까지 루마니아의 정치 상황은 여러 차례 요동쳤다.
지난해 11월 대선이 치러졌지만 헌법재판소가 선거법 위반과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이유로 선거를 무효로 하고 재선거를 명령했다. 당시 1위를 차지했던 극우 무소속 컬린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헌재의 결정으로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다.
시미온 후보는 제오르제스쿠의 지지층을 흡수하며 1차 투표에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섰지만 결선 투표에서는 기세가 꺾였다.
시미온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유명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본떠 '루마니아를 다시 위대하게'를 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시미온 후보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에서 자신의 패배가 예상되는데도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분명하다. 루마니아 국민을 대신해 승리를 받아들인다"며 개표 결과와 무관하게 승리를 선언해 갈등의 씨앗을 남겼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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