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속 리듬과 저항…멤피스 소울, 서울서 깨어나다

2025-10-16

미시시피강 변에 자리한 미국 남부 테네시주의 멤피스는 ‘흑인음악의 본고장’으로 불린다. B B 킹 같은 전설적인 블루스맨들이 노래했던 블루스의 성지 ‘빌스트리트’가 있고, 1950년대 엘비스 프레슬리가 로큰롤을 녹음했으며, 1960년대 알 그린이 관능적인 소울을 빚어낸 도시다. 현대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 중 하나인 이 음악 도시의 역사가 서울에서 펼쳐진다. 빌스트리트에서 1907년 문을 열어 블루스·로큰롤·소울이 꽃피운 영광의 시절을 기록한 ‘훅스 브라더스 스튜디오’의 사진들을 통해서다. 현재 K팝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서울과 블루스·소울로 20세기를 지배한 멤피스, 두 음악 도시의 만남인 셈이다.

1920년부터 1979년까지 멤피스에서 촬영된 전설적인 흑인음악가들의 사진을 통해 이 도시가 미국 음악 역사의 뿌리가 됐음을 보여주는 전시 ‘훅스 브라더스 스튜디오 : 멤피스 블랙 사운드 사진 기록’이 16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막을 올렸다. 서울경제신문 픽셀앤페인트와 미국 남동부의 중심 문화 플랫폼으로 떠오를 멤피스미술관, 한국 예술 생태계를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손잡고 한미 간의 심층적인 문화 교류를 위해 기획한 전시다. 그동안 한미 간의 문화 교류는 적지 않았지만 동부 워싱턴DC와 뉴욕,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서부 로스앤젤레스 등 일부 지역 위주였다.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테네시주의 경우 한국 대기업 35곳 이상이 진출하는 등 산업적 교류는 이어졌지만 문화적 교류는 사실상 없었던 상황에서 이번 전시가 첫 물꼬를 텄다.

훅스 브라더스 스튜디오는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흑인 소유 상업사진 스튜디오로 기록된다. 초상 사진 등을 주력으로 하는 스튜디오는 80년 가까이 운영되며 수 세대에 걸친 흑인 가정과 전문가, 문화예술인들을 촬영해 10만 장이 넘는 사진을 남겼다. 특히 조명을 통해 흑인 피사체의 피부 톤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등 흑인 중산층의 삶을 품격 있게 담아내면서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지킨 시대의 기록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사진들은 1980년대 폐업한 스튜디오 창고에 40년간 잠들어 있던 7만 5000여 장 가운데 엄선된 작품들이다. 보존 작업에만 30여 년이 걸리는 수만 장의 자료는 내년 멤피스미술관 개관전에서 순차 공개될 예정인데, 이 중 1920~1979년 멤피스 음악 현장을 조망하는 20여 점이 멤피스보다 먼저 서울에서 공개됐다. ‘재즈의 전설’ 빌리 홀리데이가 1951년 멤피스의 뉴데이지 극장에서 공연하는 모습, 소울 음악의 슈퍼스타 알 그린의 젊은 시절, 멤피스 음악의 판도를 바꾼 작곡가 아이작 헤이스 등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는 사진 속 인물들이 실제로 만들고 들었던 음악 20곡도 흐른다. 1971년 빌보드 1위곡이자 그래미 명예의 전당 헌정곡인 알 그린의 ‘레츠 스테이 투게더’와 B B 킹의 상징적인 블루스 스탠더드 ‘에브리데이 아이 해브 더 블루스’ 등 소울과 블루스의 황금기를 보여주는 노래들로 리스트가 꾸려졌다. 멤피스에서 제작된 에글스턴웍스 스피커로 재생되는 시대별 음악과 사진으로 만나는 비주얼의 변화는 관람객들에게 기대 이상의 청취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시는 1916년 설립돼 1만여 점의 작품을 소장한 멤피스브룩스미술관이 확장해 2026년 새롭게 문을 여는 멤피스미술관과 아르코의 첫 협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두 기관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향후 3년간 전시와 인재를 교류하는 대대적인 문화 협력을 계획하고 있다. 조이 카 멤피스미술관 관장은 “아르코와의 이번 파트너십은 한국과 미국의 지속적인 연결을 구축할 장기적 문화 교류의 시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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