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화 벚꽃 피니 유채꽃 제주 앞바당 찰싹대는 파도는 어떠한지 궁금해. 제주 친구는 서둘러 빨리빨리 오랄 때 ‘재개재개 옵서’, 느리게 오랄 때는 ‘놀멍놀멍 옵서’ 그런다. 빨리든 느리게든 가면 되는 일인데, 연분홍 꽃잎들, 샛노란 꽃잎들 다 지고 나면 무엇하리. 나비들 날고 양배추밭에도 ‘봄이 왔네 봄이 와’ 기지개 켜는 산밭의 아지랑이.
“양배추 달아요~” 관식과 애순의 사랑을 그린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엔 김정미가 부른 신중현 아저씨 노래 ‘봄’이 세차게 봄바람을 불어 재낀다. “노랑나비 훨훨 날아서 그곳에 나래 접누나… 저 산을 넘어서 흰 구름 떠가네. 파란 바닷가에 높이 떠올라서 멀어져 돌아온다네. 생각에 잠겨 있구나. 봄바람이 불어오누나.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봄 봄 봄봄봄이여~”
언젠가 신중현 아저씨를 뵀다. 록밴드 ‘곱창전골’의 리더이자 신중현의 애제자 사토 유키에랑 함께. 토끼가 양배추를 애정하듯 신중현 노래라면 환장을 하는 일본인 친구는 손으로 꾹꾹 가사를 적어 들고 다니면서 약간 일본식 말투로 신중현의 노래를 불러댄다. 신중현 아저씨는 목소리가 작고, 키도 작고, 그야말로 작은 거인이시덩만. 애인이랑 그분 공연에도 찾아갔었다. 나도 제법 다 외우는 노래들. 글을 쓰다 보니 그런 날이 내게 있었구나 싶네. 내 인생의 봄날. 힘들고 마음 적적할 때 다디단 양배추를 삶아 쌈을 싸 먹으며 행복했던 날들을 떠올려 볼까나. 시간은 재개재개 흐른다만 나는 놀멍놀멍 이 푸른 봄 길을 어깨가 축 늘어져 걷고 있네. 볼따구론 굵은 소금 눈물을 떨구면서. 사나운 햇빛 때문이라고 둘러대기도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