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현직 대통령 임기가 만료되기 전 70일 이후의 첫번째 수요일에 치러진다. 대통령 당선 후 취임까지 대략 70일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지낸다. 대통령 당선인은 헌법·법률상 신분이다. 헌법 68조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돼 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총리·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와 예우도 받는다. 언론의 관심도 대통령 당선인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린다. 실질적인 국가 권력 서열 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인 시기를 가장 바쁘게 보낸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일 것이다. IMF 외환위기의 급한 불을 끄느라 동분서주했다. 당선인의 권한을 악용한 사례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일 때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측으로부터 선임 청탁과 함께 1230만원 상당의 의류를 수수한 혐의(사전수뢰 후 부정처사죄)가 유죄로 확정됐다.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3차장이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 사건을 수사·기소했다.
얼마 전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을 뒷받침하는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이 통화 다음날 윤 대통령은 취임했고, 김영선 전 의원은 공천을 받았다. 대통령실·여당에선 윤 대통령 발언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도, 공무원도 아니어서 정치적 중립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야당은 ‘이명박 판례’ 등을 들어 이 주장을 반박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대통령 당선자(당선인)는 공무원보다 훨씬 더 국가에 종속된 신분”이고 “헌법에 보장된 신분”이라며 공천개입은 헌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라고 했다.
대통령 당선인은 여당은 물론 국가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분이다. 국가 예산·인력도 지원받는다. 그런데도 명문상 공무원이 아니어서 공천에 개입해도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하면 사람들이 납득할까. 이건 법리와 판례 이전에 상식의 문제이다. 법이라는 것도 결국 상식에 터잡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