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에 실패할 자유 주겠다”, 대통령 약속 지켜져야

2025-11-09

정부가 과학기술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국가과학자’ 제도를 신설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이런 내용의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략 및 연구·개발(R&D) 생태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 행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연구·개발은 정말로 어려운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내야 한다. 실패가 쌓여서 성공의 자산이 되는 것”이라며 “연구자 여러분께 실패할 자유와 권리를 주겠다”고 말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해온 한국의 연구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부가 과학기술인들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은 데는 과학기술 인재 유출로 기술패권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내년부터 5년 동안 20명씩 총 100명의 ‘국가과학자’를 선발해 1인당 연간 1억원의 연구활동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들은 국가 주요 R&D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핵심 전략기술 분야에서 해외 연구자 2000명을 2030년까지 유치하는 방안도 내놨다. 현재 1.3%에 그치는 이공계 대학원 장학금 수혜율을 2030년까지 10%로 높이겠다고 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 신진 연구자 채용 규모도 늘리고, 정년 후 연구자 사업도 신설한다. 전반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실행 과정에서 ‘단기 성과주의’ 같은 낡은 관성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국내 이공계 석박사가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이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는 동안에도 한국은 인재 육성은커녕 기존 인재마저 빼앗기는 형국이 돼버렸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산하 연구기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초까지 중국으로부터 초빙 제안을 받은 연구원이 수백명에 달했다.

과학기술 인재의 ‘대탈출’을 막기 위해선, 이 대통령 말처럼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안정적 연구 환경, 과학기술인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애국심에만 호소해선 떠나는 이들을 돌려세우기 어렵다. 연구인력의 감소는 국가 경쟁력 추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인재 가뭄 해소만이 정부가 내세운 ‘AI 3대 강국’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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