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트
요즘 부동산시장에서 자주 회자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똘똘한 한 채’다. 하지만 이 말은 결코 새로운 용어가 아니다. 언론 기사 기록을 되짚어보면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해 어느덧 20년 가까이 시장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아 왔다.
강남권과 한강 벨트 고가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려는 흐름을 두고 우리는 여전히 똘똘한 한 채 트렌드라고 부른다. 그만큼 이 개념은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주택시장의 선택 논리와 투자 심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이 되었다.
이 흐름은 세금 제도 변화에서 출발했다. 노무현 정부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대폭 늘렸다. 시장은 이기적으로 대응했다. 그 선택은 분산이 아니라 집중, 외곽이 아니라 핵심지였다. 여러 채를 나눠 보유하기보다 입지와 희소성, 환금성이 뛰어난 주택 한 채에 집중하는 전략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이후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이 흐름은 더욱 공고해졌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주택 수를 늘리는 전략’보다 ‘주택의 질을 높이는 전략’이 자리를 잡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다주택자 규제가 일부 완화됐음에도 똘똘한 한 채 선호는 꺾이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세제 변화만으로 똘똘한 한 채 흐름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주택 소비자의 자산 포트폴리오의 변화다. 과거에는 여윳돈이 생기면 전세를 끼고 주택을 한 채 더 매입하는 방식이 전형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풍경이 다르다. 거주 만족도가 높은 우량 주택 한 채를 확보한 뒤 나머지 자산을 주식·ETF·코인 등 금융자산으로 분산 운용하는 접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회피 요인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자산 효율성과 유동성을 중시하는 선택이 함께 작용한다는 점에서 똘똘한 한 채 성격이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 다시 말해 규제에 떠밀린 선택이라기보다 전략적 자산 운용의 결과물로 볼 여지가 크다.
둘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시장 참여자의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MZ세대로 대표되는 이른바 ‘자본주의 키즈’는 주택을 거주의 공간이라기보다 투자 자산에 더 무게 중심을 둔다. 주택을 주식처럼 우량주와 비우량주로 나누어 바라보는 시각이다. 한 설문조사에서 젊은 세대의 주택 취득 목적 1위가 시세차익으로 나타난 점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격이 잘 오르지 않는 외곽 아파트에 갭투자를 하느니, 차라리 코인이나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말은 젊은 세대의 정서를 그대로 대변한다. 핵심 지역을 대상으로 수요 억제책이 나와도 수요가 중저가 주택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크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셋째, 부동산시장의 체질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부동산 수요가 토지·상가·빌딩으로 분산되지 않고 아파트에만 쏠리는 ‘아파트 편식’ 현상은 똘똘한 한 채 흐름을 부추긴다. 특히 내수경기 위축으로 공실이 늘어나면서 빌딩 투자 수요 일부가 고가 아파트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큰손’ 사이에서도 안전성과 환금성이 뛰어난 아파트는 매력적인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는 ‘질로의 도피(Flight to quality)’ 성향을 보이기 마련이다. 즉, 똘똘한 한 채는 인구·일자리·자본이 소수 핵심 도시로 집중되는 ‘수퍼시티 경제학’이 주택시장에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인기 지역 상대적 강세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정부는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벨트 12곳을 ‘규제 3종 세트’라 할 수 있는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그 이후 규제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비(非)규제 지역을 크게 앞질렀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경기도에서는 규제 지역으로 묶인 성남시 분당구가 3.81%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규제 지역인 광명시(2.36%), 하남시(2.18%), 과천시(2%) 등도 강세였다.

반면 규제 지역에서 제외된 고양시(-0.1%), 김포시(-0.16%), 파주시(-0.4%)는 한 달 새 가격이 하락하며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여러 규제에도 불구하고 핵심 지역 주택 수요가 시장의 주된 흐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 역시 이런 흐름은 다르지 않다. 이번 조사 결과 11월 한 달간 동작구는 3.94%, 성동구는 3.85%, 광진구는 3.73% 각각 오르며 한강 벨트 지역이 시장을 주도했다. 강남권 역시 송파구가 2.74% 상승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같은 기간 노원구는 0.63%, 강북구는 0.36%, 도봉구는 0.28% 상승에 그쳤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도심과 외곽의 온도 차가 더욱 뚜렷해진 셈이다.
이 같은 똘똘한 한 채 흐름은 지난 10·15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세가 도입되면서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두 번째 집을 살 때 취득세율이 기본 세율(1~3%)보다 훨씬 높은 8%가 적용된다. 높은 거래 비용을 고려하면 주택 수를 늘리는 매력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내년 이후 고가 1주택자에 유리한 양도세 체계에 대한 개편이 본격화하면 압축 투자 선호 현상이 흔들릴 수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기준시가 12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1주택자는 10년 보유·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80%까지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는다. 반면 빌딩이나 토지, 상가는 10년 20%, 15년 30%에 그친다.
고가 1주택에 유독 후한 공제 체계인 셈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고가 1주택자의 장특공제 한도가 15년 기준 45%에 불과했다. 향후 장특공제 기준이 조정되면 절세 매물이 출회되면서 시장이 숨 고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똘똘한 한 채’ 선호는 쉽게 약해지기 어렵다. 인구 감소와 초양극화 속에서 부동산과 금융을 아우르는 효율적 자산 전략이 현실적 선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가 특정 지역과 주택에 과도하게 몰리면 부작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가격 거품이 형성되고, 위기에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서다. 수요 집중의 구조적 원인을 완화하고 지역과 주거 형태의 선택 폭을 넓히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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