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긁적이기 시작하면서 이런 날이 오기까지 30년이 흘렀다. 몇 번의 최종심 심사평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지 얼마간 도전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40대가 되면서 나는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영화에 빠져들었고, 소설은 그저 이미지로만 내 머릿속을 떠돌았다.
영화 속 수많은 삶과 허구들이 소설로 들어서는 경계를 막아섰다. 50대에 접어들자 프레임 속 이미지에 갇혀있던 눈에서 시리게 눈물이 흘렀다.
나를 가두고 있던 프레임의 틀을 벗어나자 생각은 차곡차곡 정리되고, 그 거름을 자양분 삼아서 이야기들은 조금씩 스스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글쓰기란 어쩌면 자문자답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독자의 동감을 설득하는 과정을 동반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작년, 전북일보 최종심에 올랐던 나의 작품에 대해 김병용, 송하춘 선생님은 큰 울림을 던졌다. 꽁꽁 싸매고 살아온 내 삶과 글을 과감히 탈피해서 다양한 타인들의 생각으로 고치고 또 고쳤다.
인생의 변곡점에 들어선 나이에 아직 늦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느지막이 맞이한 새로운 도전 앞에서 그저 설레고 벅차다.
△ 장용돈 씨는 전라북도 고창 출생으로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중에 동아문학상(소설)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전태일 문학상(소설 부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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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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