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소득과 이웃과의 친밀한 관계가 1인 가구의 행복을 결정 짓는 주요 요인인 반면 기혼 가구의 행복감을 좌우하는 주된 요인은 빈번한 사회적 활동이나 만남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가사를 돌봐야 한다” 등의 전통적 성 역할에 동의하는 기혼여성일수록 행복감이 증가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28일 임민영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원이 한국행정연구 최신호(제33권 제4호)에 발표한 논문 ‘가구 형태와 성별에 따른 행복 결정 요인 분석: 1인 가구와 기혼 가구의 비교 연구’에 따르면 가구 형태나 성별에 따라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달랐다. 저자는 국회미래연구원의 ‘2023년 한국인의 행복 조사 데이터’에 표집된 1만299명(1인 가구 1731명, 기혼 가구 8568명)의 응답을 △소득 △사회적 자본(신뢰, 사회적 관계) △성 불평등 인식(전통적 성 역할 동의) △주거환경(인프라, 공동체 인식)을 독립변수로 한 다중회귀분석으로 1인·기혼 가구와 남녀(남성 5033명, 여성 5266명)별 행복 요인 영향력 차이를 비교했다.
◆“소득 많을수록 행복한 것 아냐”
분석결과에 따르면 소득은 모든 가구에서 일정 수준 이상이 되기 전까지 행복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월소득이 100만원대 이하인 가구는 소득이 아예 없는 가구보다 행복감이 낮았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행복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점차 줄다가 1000만원 이상에서야 행복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소득이 행복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1인 가구 여성에게서 특히 민감하게 작용했다. 임 연구원은 “저소득 1인 가구 여성에게 경제적 불안정이 행복에 중요한 부정적 요인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자본 중 신뢰(“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할 때 서로 도움을 주려 노력한다” 등)는 모든 가구에서 행복에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지만, 사회적 관계(동창회나 종교, 노조 등 각종 단체에 참여하는 정도)는 1인 가구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임 연구원은 “1인 가구는 사회적 고립감을 더 많이 경험하며 기혼 가구에 비해 각종 모임 참여율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며 “1인 가구가 사회적 자본을 쌓고자 하는 욕구와 현실에서의 관계 부족 간 괴리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성 불평등 인식은 전체적으로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하지만 기혼 여성의 경우 전통적 성 역할에 동의할수록 행복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통적 역할 분담이 가구 내 갈등을 완화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함으로써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남성의 경우 1인 가구든, 기혼이든 상관 없이 성 불평등 인식이 행복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 연구원은 “남성들이 전통적 성 역할에 덜 민감하거나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지위와 같은 다른 요인이 행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주거 환경 좋을수록 행복도 높아”
주거 환경 중 인프라(치안과 편의시설 등)는 행복에 기여하는 정도가 컸는데 기혼 가구의 경우 자녀 양육과 생활 편의성 때문에, 1인 가구의 경우 생활 편의성을 넘어 공동체 인식(“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이웃이 있다” 등)과 연관돼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남녀별로 살펴보면 이 같은 공동체 인식은 1인 가구 여성에게만 유의미한 행복 결정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이는 “1인 가구가 공동체 내 유대감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반면 기혼 가구는 가족 내 관계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임 연구원은 사회 전반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구 형태와 성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경제적 취약성, 사회적 고립, 주거 안전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1인 가구의 경우 근로소득장려세제(EITC)와 같은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고, 공공커뮤니티 공간 확충 및 소셜클럽과 취미모임 운영 등이 필요하다. 사회적 관계와 가족 내 네트워크가 행복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기혼 가구에는 유연근무제와 육아휴직 활성화와 가사·육아 바우처의 맞벌이 가정으로의 확대 등을 제안했다.
모든 가구 형태에서 행복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안전한 주거 환경의 경우 폐쇄회로(CC)TV나 스마트 방범 서비스 확대, 공공주거지 내 운동시설 확충 등을 통해 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임 연구원은 “가구 형태와 성별에 따라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복합적이고 차별적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1인 가구와 기혼 여성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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