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곡소비량조사’ 신뢰도 높일 방안 찾아야

2025-01-30

통계청이 23일 ‘2024년 양곡소비량조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국민 한사람이 1년 동안 먹은 쌀이 55.8㎏이란 게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매년 발표되는 쌀 소비량 조사치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1인당 55.8㎏을 하루 양으로 환산하면 152.9g이다. 대개 밥 한공기를 짓는 데 쌀 100g이 든다고 하면 한 사람이 하루에 평균 한공기 반을 먹는다는 계산이 나와 ‘이 수치가 정말 맞나?’하며 미심쩍어한다. 그리곤 쌀 소비 감소는 식습관의 변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흐름이란 걸 조사 결과로 확인하며 대부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정부의 공식 통계라는 권위도 이같은 태도에 한몫한다.

하지만 통계청의 조사 개요와 농촌경제연구원이 2024년 내논 ‘양곡소비량조사 진단과 과제’ 연구를 종합해보면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쌀을 포함한 양곡소비량조사는 현재 양곡연도(전년 11월1일∼당년 10월31일) 동안 농가 500가구, 비농가 9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우선 표본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1400가구는 전체 가구수 대비 0.01% 수준이다. 가계동향조사 7200가구, 가계금융복지조사 2만여가구와 대비된다. 성별·소득수준별·연령대별 가구 특성에 맞춘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도록 표본수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또 외국인가구를 비롯해 군대·요양원·기숙사 등 급식을 하는 집단가구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문제다. 이같은 사각지대는 소비량 실제값을 왜곡시킬 수 있어서다. 여기에 응답자가 직접 한달치 소비량을 기입해야 하는데 각 가구원의 일주일치 외식·결식 횟수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과도한 응답 부담으로 측정치 오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구원이 3명일 때 비농가는 주관식 문항만 총 83회, 농가는 도정·수확량 등까지 추가돼 170회를 답해야 된다고 한다.

1962년 시작된 이 조사는 양곡 정책의 핵심 자료로 활용범위가 넓다. 시장격리나 적정 벼 재배면적 산정 등 쌀 수급계획 수립의 기초가 된다. ‘통계의 함정’을 걱정하는 목소리에 ‘너는 떠들어라, 나는 내 길 간다’는 식이어선 안된다. 모수에 걸맞은 표본수를 확보하고 실제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조사기법 도입과 조사체계 및 설계 개선이 시급하다. 양곡소비량조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통계청이 전향적 자세를 가져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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