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명절 연휴는 다이어터들의 최대 고비라고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친지들과 맛있는 음식과 한잔 술을 곁들이며 긴 연휴를 보내고 나면 가장 먼저 달라진 체중계의 숫자와 마주하게 된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한국에 소위 ‘명절 급찐살(급하게 찐 살)’이 있다면 서구권에서는 '휴가철 체중 증가(holiday weight gain)'라는 표현을 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에서 휴가철 체중 증가를 연구할 때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설 연휴가 다이어터들에게 부담스러운 건 명절 음식을 조리할 때 기름을 많이 써서 굽거나 볶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절 음식이라고 해서 살 찌기 쉬운 메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는 물론 미국의 명절 식단에서도 체중 관리 식단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지방흡입 특화 의료기관인 365mc 대표원장들의 도움말로 세계 각국의 건강한 명절 식단과 급찐살을 효과적으로 빼는 방법을 알아봤다.
◇ 일본인들이 먹는 '오세치'…"조미료 최소화해 소량씩 섭취"
일본에선 새해를 맞아 ‘오세치 요리’를 먹는다. 의미 있는 음식을 하나하나 먹으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 일본인들의 오랜 전통이다. 달콤하게 졸인 검은콩인 쿠로마메, 달걀말이를 일컫는 다테마키, 청어알로 만든 카즈노코, 새우 요리 등은 각각 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밖에 우엉 요리인 고보, 무와 당근으로 만든 새콤달콤한 절임 요리 등으로 ‘주바코’라는 찬합을 채운다. 오세치 요리는 조미료를 과하게 사용하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둔다. 식재료와 조리법도 가벼운 편이다.
오세치로 즐기는 각 음식의 칼로리는 어느 정도일까. 설탕으로 졸인 쿠로마메 1알은 약 5~10kcal, 계란말이 1조각(20g)은 약 30~40kcal, 새우 1마리는 약 7~10kcal, 카즈노코 1조각(20g)은 약 20kcal 수준이다. 우엉, 무와 당근 절임도 20g 기준 10kcal 안팎으로 칼로리가 높지 않다. 모든 음식을 한 개씩 먹는다고 가정할 경우 80~110kcal를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소량으로만 즐기면 체중 관리에도 부담이 적다.
채규희 365mc 노원점 대표원장은 “오세치 요리는 여러 음식을 소량씩 섭취할 수 있어 과식을 예방하는 데 도움되지만 염분이 높은 편”이라며 “짠 음식은 과도하게 먹으면 부종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식후 물을 충분히 섭취해 체내 균형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칠면조·구운 닭 요리…“단백질 채우고 섭취 열량은 낮출 수 있어”
인도네시아의 최대 명절은 금식 기간인 라마단을 마치는 ‘르바란(Lebaran)’이다. 이 때 먹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코코넛밀크, 향신료와 함께 끓여낸 닭고기 요리인 오포르 아얌을 들 수 있다. 짠맛, 단맛, 향신료의 복합적인 풍미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음식인데, 닭고기 자체가 고단백 식품이라 다이어터들도 특식으로 도전해볼 만하다.
그웬디 아니코(Gwendy Aniko) 365mc 인도네시아 1호점 대표원장은 “오포르 아얌은 포만감이 높고, 코코넛밀크가 함유돼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음식”이라며 “퍽퍽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닭고기를 코코넛밀크 등에 재워 먹는 방식은 단백질을 맛있고 똑똑하게 섭취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수감사절 등 미국인들이 즐겨찾는 명절 요리의 대명사는 칠면조 구이다. 칠면조는 단백질이 풍부해 다이어트에 유리한 음식으로 꼽힌다. 특히 칠면조의 가슴살은 다이어트 중 섭취하기 좋은 고단백 음식으로 꼽힌다. 단백질은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해 과식을 방지하는 데 유용하다. 칠면조 요리는 구운 형태로 조리할 때 칼로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칠면조의 가슴살‧날개‧다리 등 주요 부위별 칼로리는 100g당 130~190㎉ 정도다. 다만 튀기거나 버터를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조리하면 열량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칠면조 대신 구운 닭 요리를 대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국내 대형 마트의 조리 판매대에서 통째로 구운 닭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채 대표원장은 “고기를 먹을 때 사이드 메뉴를 똑똑하게 골라야 한다”며 “미국에서 칠면조 구이와 흔히 곁들이는 매쉬드 포테이토나 그래비 소스, 크랜베리 소스는 열량을 높이는 주범이다. 야채 샐러드로 대체하면 포만감을 높이면서 열량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 태국의 ‘카오 채’…“정제 탄수화물 섭취 땐 칼로리 주의해야”
태국의 명절음식인 ‘카오 채’는 향신료와 허브로 만든 냉 쌀밥 요리다. 카오는 ‘밥’, 채는 ‘담그다’는 의미로, 자스민 등 향신료를 우려낸 물에 밥을 말아먹는 방식을 일컫는다.
카오 채는 본래 왕족이나 귀족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먹던 음식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매년 4월 13일~15일 경에 보내는 태국의 전통 명절인 ‘쏭끄란(Songkran)’ 기간에 즐긴다. 태국의 젊은 세대는 카오 채를 자주 접하는 편은 아니고, 전통과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옛 세대 사람들이 즐겨 찾는 편이다. 카오 채를 즐길 때는 새우볼, 설탕과 간장으로 졸인 돼지고기, 달콤하게 볶은 단무지, 달걀을 섞은 게살 등을 곁들인다. 밥 100g과 반찬을 소량 먹는다고 가정하면 한끼에 400㎉ 정도를 섭취하게 된다.
짠(JAN) 365mc 태국점 대표원장은 “카오 채는 칼로리가 낮고 시원하게 먹기 좋지만, 쌀밥 자체가 정제된 탄수화물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반찬 중 튀김이나 설탕을 많이 사용하는 요리가 포함되면 칼로리가 높아질 수 있으니 섭취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급찐살 관리에도 골든타임 있다…“연휴 끝나자마자 관리 시작해야”
명절 연휴엔 일상적인 활동량이 줄어들고 고칼로리 명절 음식은 계속 먹는 데다 심적으로 안일해져 몸무게가 확 늘어나기 쉽다. 명절에 급하게 찐 살을 효과적으로 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채 대표원장은 “평소보다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얼굴이 붓거나 체중이 증가하는데, 이는 글리코겐이 일시적으로 증가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빠르게 관리에 돌입하면 평소 몸무게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절 연휴가 끝난 다음 날부터 당장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비만 전문가들은 “의식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온수를 충분히 마셔 신진대사를 깨우고, 하루에 한 끼는 고단백 식품과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가볍게 식사하는 것이 좋다. 활동량을 서서히 늘려주고 반신욕으로 대사를 높여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