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방귀 25%는 단순한 공기 배출
방귀 1% 성분이 독한 냄새 만들어
잦은 방귀·지독한 방귀도 문제없어
잘 나오지 않는 것이 진짜 문제
“불결하면서도 깨끗하고, 유기적이면서 복잡하며, 달콤하면서도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방귀는 우리가 정말로 아름다운 존재임을 증명합니다.”
영국의 과학 커뮤니케이터 스테판 게이츠는 저서 ‘방귀학 개론’에서 방귀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지저분한 것으로만 치부되거나 여러 속설이 있는 방귀가 한편으로는 인체와 과학의 신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10∼15회, 1.5리터 배출
방귀는 소화 과정에서 생성된 가스가 항문을 통해 빠져나가는 현상으로 ‘공기를 방출한다’는 뜻의 ‘방기’(放氣)에서 유래했다. 일반적으로 하루 평균 10∼15회 방귀를 뀌고 총 생성되는 가스의 양은 1.5L 수준이다. 방귀의 25%는 삼켰던 공기가 몸을 통과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고 나머지 75% 정도가 소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방귀는 장내 세균이 식이섬유를 분해한 결과로 올리고당과 같은 탄수화물이 주 ‘연료’가 된다.
방귀의 성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보통 질소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여기에 수소와 산소, 이산화탄소까지 더하면 방귀의 90% 이상은 냄새가 거의 없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냄새를 내는 것은 방귀에 약 1% 비율로만 존재하는 여러 화합물 때문이다. 썩은 달걀 냄새를 내는 황화수소(H₂S)와 썩은 양배추 냄새의 메탄사이올(CH₃SH), 고양이 똥 냄새의 스카톨(C₉H₉N) 등이 우리에게 익숙한 방귀 냄새를 만들어낸다.
이들 기체는 섭취한 음식의 종류와 소화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유제품과 콩류는 대장에서 발효돼 많은 가스를 생성한다. 양파와 양배추, 브로콜리 같은 배추류도 방귀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이는 특정 음식물이 소장에서 효율적으로 소화되지 못하고 대장에 도달해 발효되기 때문이다.
“잘 나오는 방귀는 문제 아냐”
명절 땐 방귀가 특히 냄새가 독한 경우가 많다. 많이 먹는 데다가 종류도 다양하고 평소 안 먹던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방귀는 일반적으로 건강한 신진대사와 소화 과정의 일부로 간주된다. 방귀가 잦아지거나 냄새가 심해졌더라도 그 자체로는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김정욱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방귀 냄새가 변하거나 양이 증가한 것이 특정 질환의 초기 증상이라거나 의학적 지표로 볼 수 있는 연구는 없다”며 “음식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장내 환경이 바뀌어서 가스가 많아지거나 냄새가 독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의학적으로는 (방귀가)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의사들도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 설명처럼 방귀가 나오지 않는다면 일부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장 내부가 물리적으로 막히는 장폐색이 있거나 장운동이 저하되는 경우, 장 내막 손상,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소화 효소 결핍 등이 방귀가 나오지 않는 원인으로 꼽힌다.
방귀 참으면 질환 악화 가능성
반대로 방귀를 의식적으로 참는 행위는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연스럽게 배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방귀를 조금 참는다고 해서 곧장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김 교수는 “(방귀를 참아) 가스가 차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사람은 장내에 흡수가 되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가스가 배출돼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김 교수는 “장 점막이 예민하거나 변비가 있는 사람이 방귀를 참을 경우 복부 팽만이나 더부룩함 등의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방귀를 심하게 참게 되면 통증이나 심하게는 장벽의 염증(게실증), 장파열로 이어질 가능성 있다고 보고한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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