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 173㎝에 무게 85㎏. 하루 24시간 꼬박 일하는 편의점 직원은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G1’이다. 로봇 기업 갤봇이 3년 전 개발했고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갤럭시 스페이스 캡슐’에서 일한다.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점원이 근무하는 무인 편의점이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이곳에선 2~7위안(약 400~1400원)짜리 음료 9종을 판매했다. 카운터에 커피 등 음료를 올릴 때까지 고작 40초.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 덕분이라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하루 2~3차례 배터리 교체로 주문 1000여 건을 소화한다. 지난달 5일 전기차 업체인 샤오펑은 82개 관절을 지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걷는 아이언 로봇을 시연해 화제였다. 사람이 안에 없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로봇을 잘라 금속 뼈대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일상을 파고드는 ‘로봇 굴기’가 가능한 건 혁신을 뒷받침하는 시장화 덕분이다. 이좡(亦庄)경제기술개발구에는 지난 8월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 판매점이 문을 열었다. 4층에 4000㎡ 규모로 전시 매장과 수리·상담 공간이 들어섰다. 로봇도 자동차나 휴대전화처럼 살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휴머노이드를 검색하면 2999위안(약 60만원)부터 25만4150위안(약 5127만원)까지 다양한 상품이 쏟아진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출시된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61%다. 14년 차 중국 로봇 기업 유비테크는 산업의 급성장에 한가운데에 있다. 2014년 유비테크의 첫 모델 ‘알파 1S’는 키 40㎝, 무게 2㎏의 소형 로봇으로 교육·가정용 시장을 노렸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상향과 실제 기술 수준의 간극이 컸기 때문. 이후 2018년 ‘알파 미니’를 내놓았으나 결과는 비슷했다.
전환점은 산업용 휴머노이드였다. 최근 찾은 중국 선전시 유비테크 본사에서 본 산업용 로봇 ‘워커 S2’는 전력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한다. 40여 개 관절이 있어 사람처럼 움직인다. 유비테크는 단순히 B2B(기업 간 거래) 시장만 겨냥한 것이 아니라 실제 환경에서 로봇이 축적하는 방대한 데이터로 ‘피지컬 AI(Physical AI)’ 성능 향상을 노린다. 탄민(譚旻) 최고브랜드책임자(CBO)는 “로봇이 데이터를 가장 많이 쌓을 수 있는 곳은 자동차 공장”이라며 “2023년부터 BYD·아우디·폭스콘 등 공장에 로봇을 투입해 현장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내 워커 S2 1000대를 납품하고, 내년엔 3000대까지 물량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 축적은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의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갤봇의 G1은 베이징 내 20여 매장에서 의약품 분류와 운반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샤오미 로봇개 개발팀 출신이 창업한 매직랩은 최대 주주인 로봇청소기 제조사 드리미(追覓)의 공장에 매직랩 로봇을 투입해 실제 작업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로봇의 ‘실수’조차 학습 데이터로 전환되는 구조다.
반면에 한국은 여전히 로봇이 대중의 일상으로 들어오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산업연구원 조은교 연구위원은 “제조, 물류, 의료,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이 실증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테스트 환경을 마련해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중앙플러스-중국 혁신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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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선전=이도성 특파원,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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