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이 차녀 조희원 씨를 상대로 333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 판결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조 명예회장은 과거 조희원 씨를 대신해 증여세를 냈다가 과세당국이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고 이를 조희원 씨에게 환급하자 대납한 증여세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차남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을 제외한 조 명예회장의 세 자녀들은 아버지를 상대로 한정후견 개시 심판청구를 했다가 지난해 최종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번 소송은 해당 심판청구 이후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4월 17일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이 차녀 조희원 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조희원 씨가 조양래 명예회장에게 333억 4502만 3000원과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조양래 명예회장은 조희원 씨를 대신해 낸 증여세를 조희원 씨가 과세당국으로부터 환급받고도 이를 자신에게 돌려주지 않았다며 지난해 1월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조희원 씨는 조 명예회장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에 불복해 같은 달 30일 항소했다.
이번 분쟁은 조양래 명예회장이 과거 조희원 씨에게 증여한 주식에서 시작됐다. 조 명예회장은 1996년 9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옛 한국타이어 주식 25만 3200주(증여 금액 82억 5000만 원)를 조희원 씨에게 증여했다. 주식 증여에 따른 증여세까지 조 명예회장이 직접 내는 방식이었다. 증여세는 원칙적으로 증여를 받는 사람이 부담하지만, 증여한 사람이 대신 내면 해당 금액도 증여로 보고 추가로 증여세를 부과한다. 조 명예회장 주식 증여 당시만 해도 과세에는 문제가 없었다.
조희원 씨는 증여받은 주식 배당금으로 재차 주식을 취득했다. 조 명예회장이 증여한 옛 한국타이어 주식에서 발생한 배당금으로 2009년 4월 같은 회사 주식 12만 5620주를 샀다. 이후 옛 한국타이어는 2012년 9월 존속법인인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지금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지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인적분할됐다. 조희원 씨는 증여받은 주식에 상응하는 한국타이어 주식을 취득했고, 2013년 7월에는 이를 현물출자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주식 905만 8405주를 취득했다.
과세당국은 이런 조희원 씨 주식 취득이 명의신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재차 증여세를 부과했다. 새로 취득한 주식 명의가 조희원 씨에게 있지만 실질적인 소유자는 조양래 명예회장으로, 조희원 씨가 취득한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2018년 7월부터 조 명예회장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뒤 이듬해 5월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해 조희원 씨에게 총 1821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조 명예회장은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돼 2020년 6월 해당 증여세 중 327억 원을 분납 형태로 납부했다.
하지만 명의신탁을 했다며 부과한 증여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취소됐다. 두 사람이 2019년 8월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조세심판을 청구한 결과였다. 조세심판원은 2021년 10월 △현물 출자 대상이 된 주식에 대한 증여세가 이미 납부됐고 △현물출자 전후 보유한 주식 가치에 변동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앞서 부과한 증여세 중 1799억 원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조희원 씨는 조 명예회장이 대납했던 증여세 333억 원(가산금 포함)을 2021년 11월 환급받았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지난해 1월 환급된 증여세를 돌려달라며 조희원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조희원 씨가 자신이 대납한 증여세를 아무런 기여 없이 환급받아 부당한 이익을 취했고, 자신은 이로 인해 환급금만큼의 손해를 입게 됐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자신의 출연에 의해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은 피고에게 위와 같은 이익을 종국적으로 귀속시키는 것은 손실자인 원고와의 관계에서 공평의 관념에 위배돼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조 명예회장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가 악의의 수익자로서 원고에게 민법에 따라 그 받은 이익에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그 이익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원고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으로 333억 4502만 3000원과 이에 대해 피고가 반포세무서장으로부터 위 돈을 수령한 2021년 11월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4년 2월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이자를,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 지연 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조희원 씨는 환급받은 증여세마저 조 명예회장이 증여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여는 증여를 받는 사람 승낙이 필요한 계약인데, 조희원 씨 주장과 달리 이를 입증할 만한 처분 문서가 존재하지 않고 △조양래 명예회장이 조희원 씨에게 많은 재산을 증여해왔음에도, 유독 이 증여세 환급금만 돌려달라고 청구하는 이유는 해당 증여세를 증여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조희원 씨 주장을 기각했다. 이밖에도 조희원 씨는 기존 금전채권 등을 전제로 환급금을 상계·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런 주장도 근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다. 그룹 창업주인 조양래 명예회장은 2020년 6월 자신이 보유하던 한국앤컴퍼니 주식 전량을 차남 조현범 회장에게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조 회장은 형 조현식 전 고문(지분율 18.93%), 누나 조희원 씨(10.61%)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1%)을 제치고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42.03%)에 올랐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올해 5월 기준 타이어 제조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25개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27위 기업집단(공정자산 21조 5250억 원)이다.
조양래 명예회장 지분 증여 이후 일가 분쟁은 시작됐다. 조현범 회장을 제외한 장녀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차녀 조희원 씨, 장남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은 지분 증여 직후인 2020년 7월 조 명예회장이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며 조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청구를 했다. 하지만 이 청구는 2022년 4월 1심, 지난해 4월 항고심, 같은해 7월 재항고심에서 각각 기각됐다. 해당 항고심에서 진행된 정신 감정 결과, 당시 조 명예회장 지적능력이나 의지적 능력에는 장애가 없는 상태로 판단됐다.
이번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은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청구 항고심이 진행되던 시기에 제기됐다. 조희원 씨는 이번 소송에서도 조 명예회장이 정신적 제약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소송이 진정한 의사와 적법한 위임으로 제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인감증명서 발급 신청 서류 등 관련 증거를 종합했을 때 조 명예회장이 소송대리인에게 소송 수행을 위임해 적법하게 소를 제기했다며 앞선 조희원 씨 주장을 기각했다.
한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지난달 2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횡령·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회사 자금 50억 원을 지인 운영 회사에 사적으로 대여한 혐의 △법인 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고, △운전 기사에게 배우자를 전속 수행하게 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혐의 △개인적으로 사용할 차량 5대를 회사 명의로 구입·리스한 혐의 등을 유죄로 봤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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