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정년 연장을 두고 고용 유연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부작용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장 위원은 19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그는 “현재의 고용 체계를 그대로 갖고 정년 연장을 논의하면 부작용이 크게 예상된다"면서 “기업이 나이도 많고, 임금이 높은 사람을 계속 고용하는 건 상당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고령자 고용 방식을 법제화할 경우,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게 장 위원의 설명이다.
장 위원의 이같은 의견은 노동계가 요구하는 법정 정년 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을 주장하는 재계의 입장과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장 위원은 "일본은 계약이 다 끝난 후에 재고용을 하는 형태로 하고 있다"며 "임금을 적게 받아도 좀 더 일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하면 기업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위원은 “정년 이후 재취업을 해도 (고용 보장은) 2년인데, 4~5년 더 일하려면 자영업이 (답이) 아니겠냐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면서 “자영업은 자기 연금을 쏟는 건데, 실패하면 정말 위험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신 재취업시 4~5년 재계약 보장이 된다면 자영업으로 빠지지 않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현행법 내 ‘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 전환 의무’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장 위원은 “가령 서울대의 경우 여러 센터를 두는데,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어도 본부(대학)에서는 정규직 고용을 못하게 한다”면서 “센터의 경우 펀딩(자금 지원)이 끊기는 경우가 있어 본부가 고용 승계를 해야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장 위원은 일각의 금리 인하 요구에도 지난해 8월 금리를 동결한 건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재차 반박했다. 장 위원은 “자본이 생산적인 데로 가야하는 데 부동산으로 자꾸 흘러가면 장기적으로 (생산성에) 안좋다”면서 “작년에 실기론이 나왔지만, 자원 배분의 측면에서 유의를 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도 강남 3구 집값이 오르고, 거래도 많아지면서 저희(금통위)도 상당 기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추가 인하 시점에 대해 신중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 위원은 지난해 금리 인하로 마무리 된 두 번(10월, 11월)의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낸 인물로, 금통위원 중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