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특가 개미지옥' 대륙 사로잡은 中 할인 전문점

2024-10-07

중국의 경기 불황을 타고 특가 마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 격인 하이터거우(HitGoo, 嗨特購) 가는 최근 1억 위안(약 188억 4000만 원) 상당의 투자를 새로 유치하며 공급망과 기술 시스템 강화에 나섰다.

지난 2021년 1월 설립된 하이터거우는 할인 전문점으로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 둔화로 재고가 누적되면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형태로 출발했다. ‘정품, 유명 브랜드, 초특가 할인’을 바탕으로 현지 젊은 소비자의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매장은 주로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전(深圳), 톈진(天津) 등 대도시에 분포해 있다.

특가점 열풍 속 찾아온 위기 신호

현지 매체 제몐(界麵)은 하이터거우가 딱 필요한 시기에 투자를 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된 지금, 잉여 제품(surplus goods)을 할인 판매하는 기존 방식을 지속하기 어려워져서다. 입점한 일부 브랜드 업체들은 하이터거우를 비롯한 특가 마트의 할인 방식에 제동을 걸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하이터거우의 창립자 장창(張強)은 앞선 인터뷰에서, “매장 내 잉여 제품은 전체의 약 30~40%를 차지한다"라며, “그중 일부는 유통기한이 6개월 이상 남은 것들이고, 나머지는 업스트림 공장에 남은 재고”라고 밝혔다. 하이터거우는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가져오거나, 유통이 상대적으로 느린 제품에 대해 공장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로썬 안정적인 제품 확보 여부가 이들 할인 전문점과 취급 브랜드 및 대리상과의 관계, 그리고 공급망 운영 능력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하이터거우의 경우, 현재 약 500개의 매장을 보유 중이다. 중요한 사실은 매장별로 취급하는 제품과 고객 유입을 위한 제품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택가 매장에는 베이킹이나 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많이 비치한다. 또한 동일 제품이어도 매장별로 판매 가격도 조금씩 다르게 설정된다. 콜라 하나라도 유통기한 잔여 일에 따라서도 가격대를 세밀하게 구분해 판매한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모두 매장의 빅데이터 시스템에 근거해 이루어진다. 하이터거우가 이번 투자금으로 공급망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쟁 환경 변화 속 HitGoo의 차별점은?

하이터거우의 경쟁 환경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우선, 제품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제품 선정의 중요성은 하이터거우의 최대 경쟁자인 하오터마이(好特賣, HotMaxx)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오터마이의 공동 창립자 장닝(張寧)은제몐과의 인터뷰에서, “제품 선정과 할당은 이제 알고리즘에 따라 진행한다"라고 밝혔었다. 하오터마이는 현재 알고리즘 연구개발팀에만 약 10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하이터거우 전체 임직원 수에 맞먹는 수준이다.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경쟁사로서, 하이터거우도 향후 이와 같은 기술 향상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현재, 가성비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할인 전문점의 경쟁자도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중국 유통업계 전통의 강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2023년) 10월, 융후이(永輝) 마트는 쇼핑몰에 할인점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제품을 30%~7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그 결과, 자체 구매⋅재고 관리 시스템을 가진 대형마트의 강점 덕분에 보다 효율적인 제품 선정 및 재고 확보가 가능했고, 중간 유통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 하이터거우 등 할인 전문점에 비해 진열 제품의 유통기한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싼즈쑹수(三只鬆鼠), 량핀푸쯔(良品鋪子) 등 중국 대표 간식 전문점도 매장 내에서 특가 할인을 진행 중이다.

하이터거우의 차별점은 제품의 속성에 있다. 다른 할인 마트에 식품 비중이 높은 반면, 하이터거우의 매장에는 일용품이 많은 편이다. 창립자 장창에 따르면, 하이터거우 매장 내 일용품의 비중은 40%에 달하며, 식품과 음료가 50%, 나머지 10%는 잡화다. 다만, 일용품은 정가가 비쌀수록 할인 금액이 높아져 하이터거우의 이윤이 줄어든다.

그밖에, 하이터거우는 수입제품 확보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매장 내 절반 이상이 수입제품이다. 동일한 가격대에 더 다양한 제품을 확보해 가성비를 부각함으로써 소비자를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장창은 “중국 현지 음료 브랜드 위안치썬린(元氣森林)의 탄산수가 5위안(약 940원)인데, 수입한 페리에(Perrier)도 같은 가격”이라며, 가격대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가격대의 더 좋은 제품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미디어리서치(iiMedia Research, 艾媒咨詢)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특가 마트 시장 규모는 809억 위안(약 15조 2221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오는 2025년에는 1239억 위안(약 23조 313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이터거우는 올해 연말까지 매장을 1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징진지(京津冀, 중국의 수도권)와 산둥(山東), 둥베이(東北) 지역에 집중하고, 다른 지역은 점차 규모를 줄이는 등 수익성을 고려해 확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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