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 판정 비율 80% 육박…후분양제가 해법 될까

2025-03-25

최근 아파트 하자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주택 품질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완공 후 분양하는 ‘후분양제’가 해결책으로 거론되지만, 건설업계는 자금 조달 부담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 또한 잔금 납부 기한이 짧아질 경우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어 후분양제가 만능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접수된 공동주택 하자 신청 건수는 811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접수 건수(3922건)를 감안할 때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자 판정 비율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2020년 49.6%였던 하자 판정 비율은 지난해 78.9%까지 상승했으며, 올해 2월까지 79.7%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공동주택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하자는 기능 불량(15.2%)으로 조사됐다. 이어 들뜸 및 탈락(13.8%), 균열(10.3%), 결로(10.1%), 누수(7.1%), 오염 및 변색(6.6%) 등의 하자가 뒤를 이었다. 벽지와 마감재가 제대로 부착되지 않거나, 시공 불량으로 인해 누수와 곰팡이가 발생하는 등 입주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아파트 품질 논란이 커지면서 후분양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2018년 ‘후분양 로드맵’을 발표하며 공정률 60% 이후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2022년에는 신규 공급 주택의 70%를 후분양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들은 대부분 참여를 꺼렸다. 정부 역시 ‘사전청약’이라는 선분양보다 앞선 정책을 추진하면서 후분양제 도입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건설업계는 후분양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부분의 건설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후분양제로 전환하면 공사비를 자체 조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대기업 건설사는 감당할 수 있지만, 중소 건설사는 유동성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후분양제가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후분양 아파트는 선분양 대비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으며, 잔금 납부 기한이 짧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부산에서 후분양으로 분양한 ‘포레나부산덕천3차’의 경우, 공정률이 87%에 달해 소비자들이 직접 아파트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일부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이는 촉박한 잔금 납부 일정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아파트 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분양제 외에도 다양한 대안이 제시된다. 주요 방안으로는 ▲공정별 검측 강화 ▲감리자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 ▲입주 전 전문가 동반 점검 지원 ▲건설사의 하자 보수 책임 강화 ▲하자 분쟁 신속 구제 제도 도입 등이 거론된다. 또한, 하자 보수 보증금을 현실화하고, 보증 이행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후분양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제가 정착하려면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공사 단계에서 철저한 감독과 감리를 시행하고, 불법 하도급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후분양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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