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일산 제니스' 사업 실패… 2021년 큐캐피탈에 인수
호실적 비결… '3단계 수주 심의'∙'데이터 경영'
브랜드 강화∙재무안정은 풀어야 할 과제
2년간 하도급벌점 누적 2.5점… 5점 이상 입찰 제한

두산건설이 지난해 영업이익 1081억원을 기록하며 최근 10년 내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등 연이어 부도 소식이 들려오는 건설업계 분위기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8일 두산건설에 따르면 회사의 2024년 매출은 2조1753억원, 영업이익은 108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2023년과 비교해 27%와 77%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4년 1328억원을 기록한 이후 최대 성과로, 회사는 6년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성과 배경에는 양질의 수주를 위한 ‘3단계 수주 심의’와 2022년 말 부임한 이정환 대표의 '데이터 경영'이 손꼽힌다. 두산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큐캐피탈파트너스로 회사가 넘어간 이후 사업 관련 수주 심의를 세 단계에 걸쳐 진행했다. 우선 담당자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한 후 전사 담당자들이 모여 수주 심의를 거친다. 마지막 단계로는 본부장을 비롯한 유관부서 팀장이 모두 심의에 참여해 사업의 리스크와 분양성, 현금흐름 등을 검토한다.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이정환 대표가 강조하는 '데이터 경영'이 반영된다.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사업장의 역세권 여부, 최근 10여 년간 공급 물량 등 호재를 데이터화해 사업 수주 전략을 세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사업을 수주한 덕에 두산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자체 분양한 사업지에서 ‘완판’에 성공했다.
이번 실적은 두산건설이 '일산 위브더제니스'의 사업 실패 여파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2022년경 새롭게 시작한 사업들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나타났다. 앞서 두산건설은 2009년 일산 위브더제니스 사업 실패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바 있다. 두산그룹 차원에서 10여 년간 2조4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2021년 11월 사모펀드인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세운 특수목적회사(SPC)인 더제니스홀딩스에 인수됐다.
두산건설이 대내외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선전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우선 상위 건설사와 경쟁할 수 있는 브랜드 강화가 필요하다. 두산건설은 향후 수도권 대형 사업장 수주에 적극 나서겠다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사업장 수주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현재 '위브'와 '위브더제니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릴 방안이 필요하다.
재무와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두산건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는 각각 9418억원과 1조1674억원이다.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인 유동비율은 약 81%로 단기부채 상환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유동비율은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여기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공정위로부터 하도급벌점을 2023년에 2.0점, 2024년에 0.5점 받았다. 3년간 하도급벌점이 누적 5점을 넘어가면 공정위가 조달청장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벌점을 2.5점 이상 받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2025년에도 안정적인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수도권 대형 사업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