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선이 세계 스포츠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2025년 클럽월드컵, 2026년 북중미 월드컵, 2028년 LA 올림픽 등 주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미국에서 열리는데, 트럼프의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들이 스포츠계에 미칠 파장이 종목별로 엇갈리고 있다.
골프계에서는 트럼프 재선으로 PGA 투어와 LIV 골프의 통합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트럼프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LIV 골프 대회를 개최해왔으며, 최근에도 “골프계 내전을 15분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 야시르 알루마이얀과 골프 라운드를 즐기는 등 양측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는 “트럼프가 양측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어 통합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명했다. 특히 트럼프가 반독점법 위반 우려를 제기한 법무부를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PGA-LIV 통합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축구계는 골치가 아파졌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장벽 완공과 불법 체류자 대규모 추방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일부 무슬림 국가 출신에 대한 입국 금지 정책 재도입과 합법 이민 제한 등으로 인해 비자 발급이 더욱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현재도 비자 신청 대기 시간이 보고타에서 710일, 이스탄불에서 692일에 달하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FIFA에 월드컵 출전국 선수단과 관중의 입국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민 관련 행정 자원을 대규모 추방에 집중하겠다는 정책 기조상 비자 발급 지연 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FIFA 회장 잔니 인판티노는 트럼프의 당선 직후 “축하한다 대통령님! 우리는 멋진 월드컵과 클럽월드컵을 미국에서 개최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FIFA 역시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 2025년 미국에서 열리는 32개 팀 규모의 클럽월드컵을 앞두고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를 첫 공식 파트너로 유치했는데, 트럼프가 공약한 60% 관세가 현실화하면 하이센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는 FIFA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클럽월드컵의 스폰서십과 중계권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보호무역 기조는 다른 스포츠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NBA의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현지 경기 개최와 중계권, 라이센스 사업 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실제로 NBA는 최근 중국 시장 재진출을 모색하며 현지 경기 개최를 추진해왔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할 경우 이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2028년 LA 올림픽을 둘러싼 갈등도 예고된다. 트럼프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경기 참가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개별 종목이 성별 자격 기준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 IOC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미 토요타는 “올림픽이 점점 정치화되고 있다”며 IOC 후원을 중단했다.
트럼프의 배타적인 정책으로 인해 다양성과 포용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스포츠 후원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OC가 트럼프의 당선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다. 인권단체들은 트럼프의 반이민·반다양성 정책이 스포츠를 통한 화합과 평화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