終日討論(종일 토론하다)

2025-03-13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세종이 임금이 되면서 내세운 정치의 목표는 백성이 우선이라는 ‘시인발정(施仁發政)’이나 ‘민위방본(民爲邦本)’ 등으로 잘 나타나 있다. 그와 동시에 강조한 것은 정치를 같이 논하는 신료는 물론 일반 백성과의 소통을 강조한 것이었다. 이의 전제 조건으로 볼 수 있는 자연은 먼저 가까이 있는 신료들과 대화를 나눔은 물론 토론을 꺼리지 않는 태도와 성격이었다.

그 하나의 예로 토론을 하되 일이 풀리지 않으면 종일이라도 토론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었다.

(경연관을 합하여 한 번으로 하고 강한 후에는 경연청에서 토론하게 하다)

경연에 나아가니 동지경연(同知經筵) 탁신(卓愼)이 아뢰기를, "근래에 경연관(經筵官)이 번(番)을 나누어 나아와서 강(講) 하는데, 모두 다른 사무를 맡은 관계로 많은 글의 깊은 뜻을 강론(講論)할 여가가 없어서, 나아와서 강(講)할 즈음에 상세히 다하지 못하게 되오니, 바라건대 지금부터는 합하여 한 번(番)으로 하여, 나아와서 강한 후에는 경연청(經筵廳)에 물러가서 종일토록 토론(終日討論)하도록 하소서." 하니, 임금이 그 말을 좇고, 또 점심밥을 주도록 명하였다.(⟪세종실록⟫즉위년12/17)

어떤 과제를 주면, 토론에 앞서 의논이나 논의로부터 출발하게 된다. 이 토론의 기초가 되는‘의논’은 ⟪조선왕조실록⟫원문 모두 10,005건 가운데 세종 조에 689건, 국역 43,107건 가운데는 세종 조에 2,824건으로 압도적이다. 즉위가 8월 11일인데, 다음날 회의부터 토론을 앞에 내세워 정무를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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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상관들과 의논하여 관직을 제수하다) 임금이 하연(河演)에게 이르기를, "내가 인물을 잘 알지 못하니, 좌의정ㆍ우의정과 이조ㆍ병조의 당상관과 함께 의논하여 벼슬을 제수하려고 한다(同議除授)."하니, 하연이 아뢰기를, "상왕께서 일찍이 경덕궁에서 정승 조준(趙浚) 등과 상서사 제조(尙瑞司提調)와 함께 의논하여, 벼슬을 제수하시었사온데(吏兵曹堂上議), 이제 전하께서 처음으로 정치를 행하심에 있어, 대신과 함께 의논하옵심은 매우 마땅하옵니다(與大臣議甚當)."하였다.

임금이 명하여 좌ㆍ우 의정과 이조ㆍ병조의 당상관과 의논하여, 허지(許遲)를 대사헌(大司憲)으로, 허조(許稠)를 공안부윤(恭安府尹)으로, 박광연(朴光衍)을 경상도 수군도절제사로, 정수홍(鄭守弘)을 우사간으로, 박관(朴冠)을 사헌 집의로, 정기(鄭其)를 사헌 지평으로 삼았다. (⟪세종 실록⟫즉위년8/12)

여기 회의 모습을 보면 신하들은 임금이 권위를 앞세우기 전에 원칙을 주장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이미 세종의 성격을 이해하고 세종이 소통하려는 정치의 원칙에 부응해 이루어지는 현상으로 보인다. 토론을 중요시하면 더 나아가 토론을 즐기는 현상으로까지 비춰지게 발전한다. ‘락어토론’의 단계다.

토론을 즐겨하시다(樂於討論)

(성균 생원 방운 등이 회암사의 대대적인 수리와 아울러 불교의 폐단에 대하여 상소하다) 성균 생원 방운(方運)등이 상서하기를, "신 등이 그윽이 천하의 도리를 살피옵건대, 바른 것이 있고 사특한 것이 있사와, 바른 것이 승(勝)하면 우리의 도[吾道]가 행하여... 이제 우리 주상 전하께옵서는 하늘의 운행이 질서 있음[天行健]을 본받으시어 이(离,주역의 괘명)를 잇고 밝음을 향하사, 몸을 다스리시되 항상 조심하시고 삼가심을 잊지 아니하심에 이르시고, 덕(德)이 비록 성하시나 더욱 토론을 즐겨하시고, 열성(列聖)의 아름다운 법을 본받으시어 만대에 길이 힘입을 것을 넓히려 생각하셨나이다. (그 결과) 노비의 수효를 감하여 관부에 적(籍)을 올리고, 암자(庵子)와 절 짓는 일을 일체 통금(痛禁) 하셨사옵되... 이단(異端)을 물리치신 공(功)이 조종(祖宗)에 빛을 더하셨고 광채를 죽백(竹帛, 대나무나 비단에 글쓰기로 이름을 날리는 뜻)에 드리우셨나이다. 그러하오나 큰 아름다움에도 작은 흠점이 없을 수 없는 것으로서, 비록 융성하게 다스려지는 날을 당하였사오나 어찌 말할 만한 일이 없겠습니까. (⟪세종실록⟫16/4/11).(2024년5월23일 ‘사자성어’에 소개, 인용)

우리는 일반적으로 어떤 주제를 갖고 새 방안을 찾으려고 이기를 나눌 ‘의논하다’, 토론하다, 토의하다 등으로 표현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議, 討, 論)이란 용어를 쓰게 된다.

가) 議論(의논할 議하고, 논論함) :어떤 일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의논'이 있다.

나) 討論(칠 토, 논할 론) : ‘토론'은 서로 의견이 다른 문제를 놓고 자기 생각을 말하거나 따지고 의논하는 것이다. 토론을 할 때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나의 의견만 주장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다) 討議(칠 토, 의논할 의) : 어떤 문제에 대하여 서로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 '토의'다. 토론과 비슷하지만 토의는 어떤 문제에 대한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다.

실록에는 여러 종류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 있겠지만 여기 인용한 글은 ‘종일토론’과 ‘락어토론’임으로 간단한 주제의 일이라기보다 ‘따지고 논의하는’ 모임이라고 여겨진다. 간단한 주제도 신중히 다루고 있다는 세종 정치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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