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온라인 판매 플랫폼 '온라인팜', 신사동 가로수길 건물 20년 장기임대
"수상한 임대차 계약"…임대차 보증금만 48억으로 40억 자본금보더 훨씬 커
철거도 아직 안끝난 재건축 건물에 48억 선지급…"경우에 따라 배임소지"
'미래회' 활동 임주현·김방은 커넥션도 주목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사장을 맡은 미래회가 또 한 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노태우 비자금' 검찰 수사와 관련한 비밀 회합을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미래회로 활동했던 회원들이 엮인 부동산 계약에서 수상한 거래 흔적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온라인팜과 예화랑의 임대차 계약인데, 회사 자본보다 20% 이상 큰 임대료를 재건축 중인 건물에 지급한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 미래회 이사를 역임했던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은 지난 1월26일 그룹 관계사인 온라인팜을 통해 같은 미래회 출신의 김방은 예화랑 대표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임대 계약은 20년 장기 계약으로 임대차 보증금만 48억원에 달한다. 이 보증금은 계약 후 닷새 뒤인 1월31일 선지급됐다.
매월 임대료는 4억원으로 건물 준공 후부터 20년간 약 1000억원 가량을 김 대표 측에 지급하게 된다. 한미약품그룹의 계열사인 온라인팜은 약국과 각 급 병의원, 요양기관에 일반·전문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판매한다.
석연치 않은 점은, 온라인팜은 한미약품그룹의 비대면 거래가 주인 온라인 판매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온라인 거래로 재미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거액을 들여 본사와 별도의 건물을 마련한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 건물이 세워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48억원이라는 거액의 보증금을 지급한 것도 미심쩍다. 실제 온라인팜이 계약한 건물은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재건축 중인 것으로 아직까지 건물 철거조차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금보다 훨씬 큰 임대차 보증금을 선지급 한 것은 그만큼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미사이언스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온라인팜은 2023년 말 기준 자본금이 40억원, 당기 순이익은 167억600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미약품그룹 측은 이번 임대차 계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온라인팜은 새로운 사업을 홍보하기 위한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2023년부터 준비해왔다"며 "이에 대한 사업 보고는 현재 경영권 분쟁 중인 형제(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측에도 지난 5월 최종적으로 올라가 승인도 받았다"고 말했다.
계약내용이 임대인에게 너무 유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신사동 예화랑에 보증금 48억원을 선지급하는 조건으로 월세 인하, 전대, 건물 디자인 변경 등 조건을 따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정도 임대료를 낼 거면 차라리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이득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사업 홍보를 위한 플래그십 준비를 2023년부터 해왔다면서 2026년 준공이 되는 건물로 들어가 스토어를 연다는 것도 그렇다.
법조계의 관계자는 "회사 순수익의 30%에 육박하는 돈을 매년 임대료로 사용한다는 건 잘 이해되지 않을 뿐더러 오래 준비해온 사업이고 경쟁사가 모두 진행한 사업 형태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오픈할 수 있는 건물을 찾는 게 상식적"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계약 이해 당사자들간에 노 관장이 만든 사조직 미래회 인맥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한미약품그룹 임주현 부회장과 예화랑 김방은 대표는 과거 노 관장이 주도한 미래회에 이사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미래회는 노 관장이 '재계 안주인들의 봉사활동 모임(미래회)' 설립을 제안해 만들어진 모임으로 과거 미래회 법인 등기에 따르면 노소영, 안영주, 김흥남, 조옥형, 홍수정, 박지영, 박지완, 임주현, 최지은, 한혜원, 김미경, 전성은, 오선영, 이정현, 김방은 씨 등이 이사에 이름을 올렸다가 2018년 4월6일 일제히 퇴임했다.
특히 미래회는 최근 노태우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과 국세청 등의 조사를 앞둔 노 관장과 비밀 회합을 해 논란이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사조직인 하나회를 중심으로 군내 요직을 장악한 채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던 것처럼 미래회도 봉사활동 조직으로서의 성격 보단 노소영과 그 회원들의 사조직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