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강성부 펀드)가 DB하이텍 지분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힌 것과 관련해 금융 당국이 관련 계좌조사 등 후속조치에 돌입한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20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KCGI와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간의 갈등은 꾸준히 문제제기가 있었던 사안”이라며 “(이번 진정서 제출을 계기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계좌 거래내역을 살펴보면 사안의 진위 여부가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KCGI의 ‘그린 메일(경영권을 위협해 단기차익을 노리는 행위)’ 등 부당거래 의혹의 진위를 따져볼 계획이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18일 DB그룹 경영진과 KCGI의 각종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12월 28일 장이 종료된 후 KCGI는 보유중이던 DB하이텍 주식 250만주를 주당 6만6000원에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모회사인 DB아이앤씨에 매각했다. 당일 종가 대비 12% 이상 비싼 수준이었다.
KCGI는 블록딜 다음날인 2023년 12월 29일 DB하이텍을 상대로 제기했던 이사회 회의록 열람·등사 청구 및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모두 취하했다.
소액주주연대는 “블록딜이 통상 시장가격에 일정비율을 할인한 금액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시가에 12% 이상의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한 DB아이앤씨와 KCGI 사이의 블록딜은 상당히 이례적”이라 밝혔다.
이어서 “DB하이텍의 주가는 블록딜 가격 대비 현재 40%나 폭락했고, 이로 인해 DB 하이텍의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가 진행되었다면 평등하게 제공받았을 주식 매각 및 프리미엄 배분의 기회를 박탈당했다”라며 “주식을 고가로 매입하며 1200억원의 채무를 부담한 DB아이앤씨의 주가 역시 블록딜 발표 이후 2일만에 8% 가까이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KCGI측은 “DB하이텍 경영권 참여를 통해 DB아이앤씨와 DB메탈의 합병을 저지하고, 지배구조 개선·주주환원 확대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며 “요구사항에 응해준 DB 측이 KCGI의 지분매각을 요청해왔고, 중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조치라고 생각해 수락한 것”이라 반박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주식시장 밸류업 정책에 힘을 쏟고 있는 정부가 그린메일 방지대책 논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일반주주의 권익을 해치는 행위는 대주주와 행동주의 펀드를 가리지 않고 근절돼야 한다”며 “밸류업 정책의 기본 철학과도 맞닿아 있는 사안인 만큼 관련 정책도 추진돼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그린메일로 거둔 수익에 50% 세율을 적용해 사실상 금지하는 연방법을 운용 중이다. 이 법은 3개의 요건(2년 미만 단기투자, 경영권 위협을 위한 공개매수 진행 또는 시도, 블록딜 등 주주 차별)을 갖춘 경우 그린메일로 규정하는데, KCGI의 DB하이텍 투자는 이 요건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
한편 KCGI는 비판적 인터넷 댓글을 게시한 DB하이텍 주주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