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은 끝났지만···‘미완의 투쟁’으로 남은 옵티칼하이테크 고용승계

2025-08-31

하늘에 올라갔던 노동자는 600일 만에 땅으로 내려왔지만, 투쟁은 ‘미완’으로 남았다.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이 해고 노동자의 고용 승계를 거부하며 일방적 사업 철수를 하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 정부와 여당에게는 ‘먹튀 기업 방지법’ 등을 정비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지난 29일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은 600일 만에 고공농성을 마치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당정이 노사 교섭 주선과 외국인투자기업 ‘먹튀 방지법’ 입법을 약속하면서다. 하지만 옵티칼하이테크 모기업인 일본 니토덴코가 노사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니토덴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른 한국 기업책임경영 국내연락사무소(NCP) 조정 절차에도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노동계는 당정이 약속대로 노사 교섭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고용노동부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옵티칼하이테크 부당해고와 관련된 정부 부처가 협업해 노사 교섭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현환 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31일 통화에서 “노동부가 컨트롤타워로 움직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외교부가 중심이 돼야 하고, 외국인투자기업 유치 등을 관장하는 산자부도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니토덴코는 한국 정부의 직접적인 조정을 거부하고 있다. 니토덴코는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한국 NCP 대신 일본 NCP 조정 절차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NCP는 OECD 회원국에 설치된 연락사무소로, 회원국의 다국적기업이 ‘OECD 다국적기업 기업 책임 경영 가이드라인’을 잘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앞서 한국 NCP는 지난 6월24일, 일본 NCP는 지난 7월31일 금속노조·민주노총과 니토덴코 간 대화를 주선하기로 했다. 니토덴코가 일본 NCP에만 참여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자국이라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회는 니토덴코가 한국 NCP 조정 절차에도 참여하도록 산자부가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한국 NCP 조정위원회가 니토덴코의 참여를 위해 계속 접촉해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NCP가 주선하는 조정 절차에 강제성은 없다. 이 때문에 니토덴코가 계속해서 한국 NCP 참여를 거부한다면 한국에서의 조정 절차는 반쪽짜리로 전락한다. 최 지회장은 “니토덴코가 (한국 NCP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부당해고와 관련한 판단을 조정위원들이 내려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한국 NCP 사무국에 보냈다”고 말했다.

국회는 외투기업의 일방적 철수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 노동계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국인투자 촉진법 개정안은 20대 국회부터 발의됐지만 10년 동안 발의와 임기 만료 폐기를 반복했다. 외투기업이 정부로부터 현금 지원, 규제 완화, 임대료 감면 등 혜택을 받고도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폐업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간 발의된 개정안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외투기업이 폐업하거나 사업 축소로 상시 노동자 수를 감축하려 하면 미리 산자부 장관에게 신고한다는 의무 조항이 들어갔다. 산자부에 외국인투자위원회를 둬 폐업 신고의 사실관계 등을 심의하고 거짓이면 산업부 장관이 시정 등을 명하도록 했다. 신고하지 않고 폐업하는 외투기업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22대 국회에선 지난해 김정호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이 전부다. 김 의원안을 보면, 기존 내용에 더해 외투기업이 허위 또는 부당한 방법으로 현금 지원을 받으면 지원금을 국세 강제 징수 사례에 따라 환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외투기업이 폐업하려면 노동자 인권 보장 등을 위해 합당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노동계는 외국인투자 촉진법만 개정해선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막을 수 없다고 요구해왔다. 민주노총은 지난 2023년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과 함께 근로기준법·상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 개정안으로 구성된 ‘외국인투자기업 먹튀 규제 패키지법’을 발의했다. 금속노조는 TF가 꾸려지면 어떤 안을 기준으로 논의할지 준비할 계획이다.

니토덴코가 지분 100%를 가진 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10월 구미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그해 12월 법인을 청산하고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 17명은 이듬해 2월 정리해고됐다. 니토덴코는 이후 구미공장의 생산물량을 평택공장인 한국니토옵티칼로 이전했다. 노동자들은 니토옵티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니토덴코는 옵티칼하이테크와 니토옵티칼이 다른 법인이라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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