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법률시장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변호사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의뢰인 선택은 대형 로펌이나 플랫폼 기반 서비스에 쏠리고 있다. 정보 비대칭을 줄이겠다며 등장한 온라인 플랫폼은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접근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광고비 경쟁에서 밀린 중소형 로펌이 검색 노출에서 밀리고, 자본력 있는 대형 네트워크 로펌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속에서 중소형 로펌과 단독 개업 변호사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돌파구로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생성형 AI다. 그리고 그 활용의 핵심은 '프롬프트 디자인'이다.
2025년 현재, 우리나라 법률 시장은 단순히 법률지식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의뢰인 기대는 변하고 있고, 서비스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전환 중심에 '프롬프트 디자인'이 있다. 생성형 AI가 강력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AI는 입력된 지시사항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같은 도구라 해도 활용 방식에 따라 성과는 극명하게 달라진다. 바로 여기에 프롬프트 디자인의 중요성이 있다.
첫째, 생성형 AI는 '입력값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도구'다.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 같은 사건을 다루더라도 “의뢰인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해줘” vs. “판례 위주로 기술적 분석을 해줘”라는 요청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 즉,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요청할 것인지 설계하는 능력, 즉 프롬프트 디자인이 필수다.
둘째, 정보의 바다에서 방향을 설정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AI는 무한한 정보를 다룰 수 있지만, 그 중 어떤 정보가 유의미하고 중요한지는 사람이 지정해줘야 한다. 사건 쟁점을 명확히 하거나, 필요한 법률 요건만 선별해 요청하는 과정은 결국 사용자의 몫이다. 프롬프트 디자인은 AI에게 '무엇을 보고 판단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길잡이다. 마치 AI라는 항해선을 거대한 정보의 바다에 띄웠을 때, 프롬프트는 그 항해선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셋째, 업무 효율이 아니라 법률 서비스 품질까지 좌우한다. 잘 설계된 프롬프트는 단순히 시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상담 과정에서 AI가 의뢰인 배경, 상황, 감정까지 고려한 응답을 제공하도록 설계한다면, 신뢰도 높은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는 곧 수임률 향상으로 직결된다. 즉, 프롬프트 디자인은 기술활용을 넘어 변호사 경쟁력 자체, 예컨대 수임률, 상담 품질, 고객 만족도 등 실질적 성과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넷째, 프롬프트 디자인은 새로운 실무역량이다. 과거에는 법조문 해석 능력과 논리력이 핵심 역량이었다면, 지금은 여기에 AI를 법률 사무에 맞게 활용하는 능력이 추가되고 있다. 특히 신규 변호사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변호사일수록, 이 새로운 역량을 갖추는 것이 빠른 정착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
다섯째, 나만의 '법률 AI 비서'를 만드는 기술이다. AI는 툴일 뿐이다. 같은 툴이라도 어떤 사용자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과가 나온다. 프롬프트 디자인은 AI를 그저 답변기계가 아닌, 나만의 법률 비서로 만드는 과정이다. 업무 스타일, 고객 특성, 지역 이슈 등에 따라 프롬프트를 맞춤화함으로써, AI를 개업 변호사의 핵심 파트너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건 초기 분석, 판례 추천, 초안 문서 작성, 고객 응대 자동화 등 반복적이지만 중요한 업무를 AI가 대신 수행함으로써, 변호사는 전략적 판단과 대면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프롬프트 디자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법률 서비스의 새로운 언어이자 전략적 사고방식이다. 변호사 개개인이 이 언어를 얼마나 유창하게 다루느냐가, 살아남고 성장하는 법률가 조건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노규성 한국생성형AI연구원장 ksnoh114@naver.com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