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휩쓴 팀 5G…“끊김없이 올림픽 가야지”

2025-03-05

“국민 여러분께 새 별명을 지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기존 ‘5G’를 넘어서는 게 안 나오네요.” 4일 의정부컬링장에서 만난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 선수들은 별명 얘기부터 꺼냈다. 이들은 모두 경기도청 소속이다. 이들은 대회에 스킵 김은지(35) 성을 따 ‘팀 김(Team Gim)’으로 출전한다. 그래도 별명인 ‘5G’로 더 유명하다. 팀원 5명 이름 및 별명이 ‘지’로 끝나 ‘5G(지)’로 정했다. 김은지, 김수지(32·세컨드), 김민지(26·서드), 설예지(29·핍스)에, 설예은(29·리드)은 별명이 ‘먹방 돼지’ ‘예쁘지’다. 지난달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0전 전승으로 ‘퍼펙트 금메달’을 딴 뒤 새 별명을 공모했다. 맘에 쏙 드는 게 없어 “5G를 계속 밀고 나가기로” 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팀 킴’(강릉시청)은 올림픽 직후 청소기 광고모델이 됐다. 컬링계에서는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경기도청 팀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광고계 러브콜이 쏟아질 것”이란 말이 나온다. 김수지는 “팀원들이 이동 통신 3사를 제각각 쓰는데, (별명이 ‘5G’인 우리에게) 광고모델을 제의하는 통신사로 다 함께 번호를 이동하겠다”며 웃었다.

얼마 전 한 팬이 경기도청 컬링팀 소셜미디어에 “통신이 자주 끊긴다. (김)은지 언니 샷이 기가(GIGA) 막혀서”라고 댓글을 남겼다. 절묘한 스톤 샷과 통신 용어 GIGA를 재치있게 결합한 표현이다. 게시판에는 “설예은은 지구 안쪽 내핵까지 스위핑한다” “AI가 곧 망하는 이유. 김수지 샷이 더 정확해서” “(설)예은이 앞길을 닦아주면 대기업에 취직할 것 같다” 등의 댓글도 올라왔다. 댓글을 소개하며 “팬들의 발상이 대단하다”고 감탄한 김은지는 “스위핑 실력이 뛰어난 (설)예지가 집에서 걸레질도 빡빡 잘한다”며 웃었다.

설예은은 스코틀랜드 컬링 국가대표 세컨드였던 바비 래미(28)와 열애 중이다. 래미는 2023년 세계컬링선수권대회 우승자이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다. 설예은의 쌍둥이 언니인 설예지는 “제부(래미)의 스위핑이 경이롭다”고 자랑한 데 이어 “(김)수지 언니 남편과 (김)민지 남자친구도 컬링선수 출신이다. 그들의 조언이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막내로 출전한 김은지는 현재 맏언니이자 최종 샷을 하는 스킵이다. 설예은은 “은지 언니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아침·저녁 8㎞씩 뛴다”며 “얼마 전 바디 프로필을 찍었는데,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가 멋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하도 뛰어서 ‘의정부 고라니’로 불린다”고 귀띔했다. 춘천시청 소속 당시 ‘컬링 천재’로 불린 김민지는 10대에 스킵을 맡았다. 중압감에 운동을 그만두고 경찰시험도 준비했다. 그러다 2022년 경기도청 컬링팀에 서드로 합류했다. 김수지는 “민지는 교통경찰이 됐다면 스톤처럼 도로도 잘 정리했을 것”이라며 “평소엔 순둥하다가도 승부처에서는 확고한 민지가 가세한 뒤 ‘5G’가 더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5명 모두 의정부 송현고 출신이고, 김은지-김수지-설예지·예은-김민지가 3살씩 터울이다. 인터뷰 내내 많이 웃고 발랄했던 ‘5G’는 훈련에 들어가자 ‘5G급’ 속도로 태세를 전환했다. 매서운 눈빛으로 스톤을 주시하며 “얍!” “기다려~” “굿 샷” 등을 연발했다. 연습경기에서 상대인 강원도청 남자팀을 4-3으로 물리쳤다.

오는 15일 의정부에서 세계컬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또 6월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다. 여기서 우승해야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 2022 베이징 대회 때 TV 해설위원이었던 김민지는 “이번에는 마이크 대신 꼭 브룸을 잡겠다”고 다짐했다. 설예은은 “지난해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경기했는데, 당시 4위에 그쳤다. 통유리창 빛 반사가 심해 선글라스를 쓰고 싶은 심경이었다. 벽에 침을 바르고 왔다. 다시 오겠다는 의지였다”고 소개했다. 하얼빈에서처럼 올림픽에서도 퍼펙트 금메달을 딸 수 있을지 묻자 한목소리로 “오는 6월에 태극마크부터”라고 대답했다.

‘5G’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국가대표: 2014, 2016, 2020, 2024, 2025시즌

주요 성적: 소치올림픽 8위(2014)

그랜드슬램·범대륙선수권 우승(2023)

하얼빈 아시안게임 금(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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