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학창 시절 땐 ‘4당5락’이라는 말이 있었다. 하루에 4시간만 자고 공부하면 대학에 합격하고, 5시간이나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었는데, 기본적으로 잠이 많았던 나에게는 저주와도 같았다. 그런데 정말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면 효과가 좋을까?
근면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잠을 사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심지어 죽으면 원 없이 잘 텐데 왜 살아서까지 많이 자려 하냐고까지 한다. 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수면은 단순한 휴식 시간이 아니다. 잠자는 동안 뇌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난다. 해마와 신피질이 서로 활발하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하루 동안 습득했던 정보들이 장기기억에 조직화되고 공고화된다. 그래서 암기과목을 자기 직전에 하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편도체와 전전두엽이 부정적 감정과 스트레스 기억을 해소해 정신건강에 기여하고, 글림프 시스템은 뇌의 노폐물을 제거해 인지력 저하를 막는다. 여기에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련된 뇌 영역도 회복되어 공감 능력까지 보강된다.
결국 수면은 쉽게 포기할 대상이 아니다. 제대로 자야 인지 능력, 정신건강, 사회성이 모두 유지되며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 또 규칙적인 수면 습관은 전반적인 생활 리듬도 잡아준다. 대학에서 학생들과 면담할 때 빼놓지 않고 수면 상황을 물어보는 것도 학업과 정신건강을 포함한 전체적인 생활의 질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으로 유명한 어느 가수가 “먹는 것까지가 운동이다”라는 말을 했다. 나도 학생들에게 이를 패러디해서 “자는 것까지가 공부다”라고 이야기한다. 공부는 잠을 줄여가며 몽롱한 정신으로 억지로 버텨가며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자기 학대적 학습은 스스로에게 공부했다는 자기 만족감만 높여줄 뿐이다. 공부를 위한 노력은 제때 제대로 자는 노력까지 포함한 것이다. 늦은 시간에 카페인과 스마트폰이 주는 도파민의 유혹을 이겨내고 낮에 충분히 햇빛을 쐬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노력이.
최훈 한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