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4.11 06:00 수정 2025.04.11 06:00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지난해 최대 실적 달성한 대웅제약
나보타 성장 이끈 글로벌 전략가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 ‘청사진’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끄는 누군가(Who)의 이야기를 후(Who)련하게 파서 보여드립니다. 이 코너에 꼭 등장했으면 좋겠는, 혹은 등장하지 않으면 서운할 인물이 있다면 제보 환영합니다.

키맨. 기업이나 조직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을 의미한다. 검증된 실력을 바탕으로 특정 프로젝트나 기업의 경영전략을 실행하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맡은 인물을 우리는 ‘키맨’으로 부른다. 여기 국내 제약 업계에서 성장동력 확보의 키맨으로 부상하는 리더가 있다. 바로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다.
박성수 대표는 지난해 3월 대표 취임 이후 대웅제약의 가시적인 성장을 이끌어온 ‘키맨’으로 주목 받고 있다. 박성수 대표는 나보타를 비롯한 주요 제품군의 글로벌 역량을 끌어올리며 대웅제약을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매출 1800억원 나보타 흥행 ‘열쇠’
대웅제약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간판 제품들이 있다. 곰 그림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간장약 ‘우루사’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다. 그 중에서도 나보타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량을 기반으로 회사의 직접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다. 출시 과정에서 균주 논란과 같은 잡음도 일었지만 나보타가 대웅제약의 핵심 제품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해 대웅제약의 나보타 매출은 186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이 중 수출 비중은 84%로 미국 톡신 시장에서만 1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자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는 꾸준한 성장세를 근거로 올해 미국에서의 나보타 매출을 2억6500만 달러(약 3650억원)으로 전망했다.
박성수 대표는 이러한 나보타의 성과를 주도한 주인공이다. 2015년 나보타 사업본부장을 맡은 박 대표의 지휘 아래 나보타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데 성공한다. 당시 아시아 보툴리눔 톡신 중에서는 나보타가 처음으로 미국의 문턱을 넘었다. 업계에서 박성수 대표를 ‘나보타 전문가’로 부르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박 대표는 나보타의 영향력을 중국 및 아시아 신흥국까지 넓혀 단일 품목 영업이익 3000억원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단순 판매 법인이 아닌 연구부터 생산과 개발, 사업화까지 전 밸류체인을 현지화하는데 주력한다.
박 대표는 지난해 4월 나보타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보툴리눔 톡신제제 미용 의료 시장은 글로벌 헬스케어 섹터 중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라며 “이후 글로벌 역량이 충분히 누적되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직접 판매를 통해 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약으로 그리는 ‘청사진’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대웅제약은 지금까지 주력 분야의 핵심 ‘키맨’을 대표로 등용해 왔다. 현업에서 어떤 성과를 냈느냐에 따라 적합한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대웅제약이 지난해 박성수 대표를 선임한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1976년생으로 제약 업계에서 젊은 대표로 손 꼽히는 박성수 대표는 이창재 대표와 함께 대웅제약의 핵심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이창재 대표가 ‘펙스클루’와 ‘엔블로’ 등 기존 전문 의약품 및 자체 신약 국내 영업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박성수 대표는 글로벌 사업과 연구개발(R&D)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기업 살림을 꾸리고 있다.
대웅제약의 ‘키맨’ 등용 방식은 곧 기업의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박성수 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 받은 성적표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대웅제약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4277억원, 14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20% 증가했다.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박성수 대표가 꼽은 다음 과제는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다. 글로벌 시장을 주력으로 공략해 나보타 뒤를 잇는 높은 수익성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런 목표는 대웅제약의 ‘1품 1조’ 전략과도 뜻을 함께한다. 대웅제약은 최근 단일 품목의 연간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비전을 앞세우고 있다.
R&D 역량을 강조하고 있는 박성수 대표는 나보타 뒤를 이을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비만 치료제와 항암제,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인 ‘베르시포로신’ 등이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약을 중심으로 제 2의 나보타 육성에 나섰다.
박 대표는 지난해 대웅제약의 항암 후보물질이 국가신약개발과제로 꼽히자 “그동안 축적한 자가면역 및 섬유증 분야의 신약 개발 경험과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퍼스트 인 클래스 항암제를 개발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의 청사진은 나보타에서 끝나지 않는다. 비만 치료제와 항암제 등 노다지를 겨냥한 ‘키맨’ 박성수 대표의 다음 걸음이 대웅제약의 도약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