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전, 지금의 인공지능(AI) 만큼이나 혁명적 기술이 있었다. 바로 ‘인터넷’이다. 전 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인터넷의 밑그림을 구축한 인물은 현재 구글에서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 전도사’(Chief Internet Evangelist)로 활동 중인 빈트 서프. 1965년 처음 엔지니어로 업계에 발을 들인 그는 2004년 컴퓨터 과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튜링상’을 탄 이후 80대가 된 지금까지도 기술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인터넷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구글 클라우드 연례 기술 콘퍼런스 ‘넥스트 2025’가 한창 진행중이었던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서프 부사장을 만났다. 그에게 앞으로 AI등 신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서프 부사장은 1956년 다트머스대 학술대회에서 컴퓨터 엔지니어 존 매카시가 AI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을 때부터 AI 기술의 변화 양상을 줄곧 지켜봐 왔다.
AI 기술을 어떻게 보고 있나.
사실 처음 AI라는 용어가 등장했을 때 좀 회의적이었다. 1962년 스탠포드대 학부생 때 매카시도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초기 단계 AI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잘 작동하면 공학, 작동하지 않으면 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수준이었다. 사실 1~2년 전까지만 해도 LLM 안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불명확해 사람들에게도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했는데, 이후 관련 연구가 상당히 많이 진행됐다. 그중 LLM에서 하나의 뉴런을 여러 뉴런으로 분산시켜, 어떤 뉴런이 특정 프롬프트(명령)에 반응하는지 볼 수 있는 ‘스파스 코딩’(Sparse Coding) 방식을 주목해서 보고 있다.
서프 부사장은 “현재 AI는 컴퓨터가 할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내며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LLM이 너무 그럴듯한 출력물을 생성해 내 실제로 틀린 정보를 제공할 때도 매우 믿을만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우리가 접할 많은 정보가 AI 에이전트에서 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우리가 보고 듣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현재 AI는 ‘에이전트’(비서)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52년 전 그가 ‘TCP/IP’라는 프로토콜(규약)을 만들어 네트워크를 하나로 연결했던 것처럼 AI 서비스들도 하나의 프로토콜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그래야 여러 AI 에이전트들이 협업해 복잡한 임무를 더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어서다. 앤스로픽은 AI와 다양한 외부 앱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연결하는 프로토콜(규약)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구글 클라우드는 올해 넥스트에서 AI 에이전트끼리 회사가 다르더라도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A2A(Agent2Agent) 프로토콜을 내놨다.
AI도 공통된 프로토콜이 필요할까.
AI 에이전트 간에도 잘 정의된 교환 언어(well-defined exchange language)가 필요하다. 에이전트들끼리 인간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자연어를 갖고 소통할 경우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에이전트들이 보다 형식적인 언어를 갖고 정보를 교환할 때 실수하지 않고 임무를 이해할 확률이 높다.

최근 AI 패권 경쟁은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내년까지 1만 6000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고 연내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가동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양질의 정보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양질의 정보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AI 투자 분야를 선택하는 게 좋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데이터 수집 뿐 아니라 개방적인 정보 공유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현재 각국은 정보를 개방하기보다 AI 주도권을 두고 경쟁 중이다.
경쟁은 건강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 분야는 항상 정보를 공유하며 집단적으로 최신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일례로 현재 스위스 유럽 원자핵 연구센터에는 강입자 가속기가 있는데, 100개 이상 국가가 모여 의미있는 연구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경쟁은 발전 속도를 오히려 지연시킬 수 있다. 다들 하나의 파이를 놓고 다투지만, (정보를 모아) 파이를 크게 만들 수 있다면 모두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나는 파이를 더 크게 만드는 경제 모델을 믿고 있다.

AI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인터넷 초창기에 ‘당신의 미래에는 인터넷이 있을 것이고 저항은 소용없다’고 말하곤 했는데, AI도 마찬가지다. 특히 앞으로는 컴퓨팅 자원이 비교적 적게 드는 작은 AI 모델을 유용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 중국 생성 AI 딥시크가 기존의 기초 모델로 더 작은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증류’(distillation) 방법을 택했는데 매우 효율적이고, 영리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술 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진다.
20세기 초로 돌아가서 어떤 기술들이 등장했는지 보면, 라디오·자동차·비행기·전기·전화 모두 20세기 초와 19세기 말에 개발됐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어떤 일자리는 사라졌다. 우리는 계속 배워야 한다. 대학 4년 동안 배운 것만으로는 50년의 직업 생활을 하기 충분하지 않다. 나 역시 1965년부터 일해왔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새로운 것들을 배워야 했다.
더중앙플러스: 팩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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