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이 예견한 AI 혁명,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2025-04-11

마윈의 8년 전 관세전쟁 예언이 다시 화제다.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 마윈은 "중미 관계가 심화하면서 관세전쟁에 이를 것"이라 경고했다. 그 예언이 현실이 되자 중국 내 그의 또 다른 예측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항저우 '딥시크 포럼'에 깜짝 등장한 마윈은 AI가 가져올 세 가지 혁명적 변화를 제시했다.

첫째, AI가 전통 일자리의 90%를 대체할 것이라는 충격적 전망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지 불과 8년, 그리고 챗 GPT 등장 2년 만에 AI가 인간 노동의 근본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은 이미 제조업 현장에서 이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포산(佛山)시의 가전 공장들은 이미 AI 로봇 도입으로 인력을 60% 줄이면서 생산성은 40% 높였다. 마윈은 이런 변화가 중국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 내다봤다.

둘째,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의 종말이다. 마윈은 "앞으로 30년간 세계는 AI가 주도하는 스마트 시대로 변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AI 기반 개인 맞춤형 소비가 표준이 되면서 중국의 산업구조도 변모한다. 알리바바는 이미 고객의 과거 구매 데이터와 선호도를 기반으로 한 AI 추천 시스템을 통해 매출의 35%를 창출하고 있다. 알리페이의 AI 신용평가 시스템 '즈마신용'은 개인별 신용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셋째, 서비스 중심 경제로의 전환이다. "무엇을 얼마에 팔 것인가가 아니라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로 승부가 갈린다"는 마윈의 말은 중국의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압축한다. 텐센트의 AI 의료진단 시스템은 이미 3000개 병원에서 활용하고 있고 바이두의 자율주행 택시는 10개 도시에서 상용화됐다. 상품 판매가 아닌 AI 서비스가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생성형 AI 시장은 2023년 65억 달러에서 2030년 76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세는 트럼프의 관세전쟁으로도 꺾이지 않으리라는 게 마윈의 전망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무엇인가?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대중 수출의 71%가 미국의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첨단기술 제품군이다. 이는 심각한 딜레마를 의미한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첨단기술 제품 대부분이 미국 기술을 포함하고 있어 '해외직접생산품 규제(FDPR)'에 따라 언제든 미국의 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이 더는 유효하지 않은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첫째, 기술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 AI 핵심 기술 분야에서 미·중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자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공동 개발 중인 한국형 AI 반도체와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둘째, 안보 민감도가 낮은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한중 간 AI 협력의 구체적 모델로는 두 가지가 주목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네이버웹툰과 바이트댄스가 추진 중인 'AI 웹소설·웹툰 공동 창작 플랫폼'이 K-콘텐츠의 기획력과 중국의 AI 기술을 결합한 좋은 사례다. 의료 AI 분야에서는 한국의 디지털 의료 데이터 관리 노하우와 중국의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결합한 '한중 공동 의료 AI 연구센터'가 서울대병원과 베이징대학 제1병원 간 논의 중이다.

셋째, 다자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 일본, 대만, 유럽 등 미·중 사이에서 유사한 딜레마를 겪는 국가들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제3의 축'을 형성하는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과 EU가 체결한 'AI 공동연구 파트너십'은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의 AI 전략과 마윈 같은 비저너리들의 통찰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은 한국의 생존 전략 수립에 필수적이다. 한국은 대중 무역에 단순히 제품이나 기술 수출로 접근하면 안 된다. 양국의 강점을 활용하면서도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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